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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인연으로 얽힌 이야기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14 13:46


FA컵 결승전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1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성남 공격수 라돈치치, 신태용 성남 감독, 윤성효 수원 감독, 수원의 주장 염기훈(왼쪽부터)이 우승컵을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는 스토리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들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는 경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1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성남과 수원의 2011년 하나은행 FA컵 결승전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 다른 사연들이 존재한다.

먼저 골문으로 가보자. 양 팀의 주전 수문장 하강진(22)과 정성룡(26)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성남의 스타였던 정성룡은 거액을 받고 수원으로 이적했다. 수원의 유망 골키퍼였던 하강진은 트레이드의 형식으로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는 두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하강진은 유망주에서 성남의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올림픽대표팀의 주전 골키퍼까지 차지했다. 정성룡은 수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A대표팀에서의 위치를 굳건히 다졌다. 두 선수는 모두 친정팀 동료들의 슈팅을 막아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골을 만들어야 할 라돈치치(26)와 염기훈(28)에게 이번 FA컵 결승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선수의 아내가 모두 임신했기 때문. 라돈치치는 10살 연하의 아내가 자신의 첫번째 주니어를, 염기훈은 두번째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FA컵 우승으로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각오다. 라돈치치는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결혼했다. 아이가 생겼으니 이제 FA컵에서 우승할 차례"라고, 염기훈도 "시즌을 마친 뒤 군대를 가야 하한다. 둘째를 위해서 올 시즌 첫 우승을 FA컵에서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비진으로 눈길을 돌리면 눈에 띄는 외인들이 있다. 사샤(32)와 마토(32)는 K-리그에 외국인 주장 시대를 열었다. K-리그가 출범한지 29년째지만. 여전히 용병이 주장 완장을 차는 모습은 낯설다. 그러나 사샤와 마토는 프로정신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K-리그 최초의 외국인 주장 사샤는 경조사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토종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다. 간간히 주장 완장을 차는 마토도 윤성효 감독의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들을 정도로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다. 두 선수의 리더십은 양 팀 수비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성남-수원전은 '마계대전'이라 불린다. '마계대전'은 '말 마(馬)'자와 '닭 계(鷄)'자를 이용한 조어다. 말은 성남 일화 천마(天馬)에서, 닭은 블루윙즈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닭날개'에서 따왔다. 라이벌답게 2005년 이후 7승5무7패로 팽팽하다. 최근 성남이 자금난으로 수원과 전력차가 벌어지며 라이벌의 의미가 퇴색됐다. 수원은 성남과 라이벌로 엮이는 것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그러나 신태용 성남 감독은 "투자, 경기장, 서포터스 등 외적으로는 뒤진다. 그러나 우리는 7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이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응수했다.

두 팀은 2009년 FA컵 결승에서 한차례 드라마를 썼다. 당시는 수원이 웃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끝(1<4PK2>1)에 나온 결과였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로 축구팬을 설레게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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