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첫 시련 첼시 보아스, 같은 포르투갈 나니에게 당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9-19 03:20


◇첼시의 새 사령탑 보아스 감독. 스포츠조선DB

34세의 야심찬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70세의 늙은 여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첫 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다. 보아스의 첼시가 퍼거슨의 맨유에 1대3 완패를 당했다.

보아스 감독은 비축구 선수 출신으로 지난 여름 첼시 사령탑에 오를 때부터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9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원정 경기에선 잉글랜드 최고령이자 최장수 감독인 퍼거슨과의 맞대결로 다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두 신구 감독의 지략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보아스가 첫 대결에선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면서 퍼거슨에게 한수 배웠다.

보아스는 원정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올드트래포드에서도 공격적으로 맞섰다. 자신이 즐겨쓰는 4-3-3 포메이션으로 퍼거슨이 선택한 4-4-2 포메이션과 공방전을 벌였다.

대등하게 진행되던 경기가 세트피스에서 균형이 깨졌다. 이런 라이벌전에선 종종 정지상태에서 수비 실수로 한 쪽이 리드를 잡게 된다.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이 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영의 프리킥을 맨유 수비수 스몰링이 달려들어가며 선제 헤딩골을 뽑았다. 첼시 수비가 세트피스 수비과정에서 스몰링의 쇄도를 막지 않아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

보아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맨유 선수는 같은 포르투갈 출신의 나니였다. 나니의 천재성이 빛났다. 전반 36분, 에반스의 롱 패스를 받은 나니가 드리블 돌파로 툭툭 치고 들어간 후 첼시 수비수 3명을 앞에 두고 기습 중거리슛을 쏜게 첼시 골대 왼쪽 상단 구석에 꽂혔다. 첼시 골키퍼 체흐가 손을 뻗어 봤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위치였다. 벤치에 앉아있던 퍼거슨은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골이 터진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스에게 전반 44분 터진 루니의 추가골은 치명적이었다. 이날 첼시는 정말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첼시 골문 앞에서 벌어진 혼전 중에 첼시 수비수가 걷어찬 볼이 나니의 발을 맞고 루니 앞으로 흘러 갔다. 루니는 힘들이 않고 오른발로 차 세번째 골을 넣었다.

전반전에 0-3으로 끌려간 보아스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미드필더 램파드를 빼고 아넬카를 투입하면서 후반 반전을 노렸다. 후반전 휘슬이 울린지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아넬카의 자로잰듯한 스루패스를 토레스가 만회골로 연결했다.


시간상으로 첼시가 충분히 두 골차를 만회할 수 있었다. 분위기도 첼시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10분에는 루니가 나니가 유도한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첼시가 위기를 모면했다. 두 팀은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첼시 토레스에게 추가 득점의 기회가 두 차례 이상 돌아갔다. 후반 38분에는 맨유 골키퍼 데헤아까지 제쳤지만 빈 골문을 향해 쏜 슈팅이 어이없게 빗나가고 말았다.

보아스는 퍼거슨과 맨유라는 큰 산 앞에서 첫 시련을 맛봤다. 보아스의 첼시는 아직 완전치가 못하다. 공격수 드로그바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미드필더 에시앙도 부상 중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첼시가 맨유를 넘어서려면 적지 않은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현재 첼시는 킬러들의 득점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 긴 슬럼프에 빠졌던 토레스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성기 시절 처럼 위협적이지 않다. 세계 톱 클래스 공격수가 해서는 안 될 실수가 잦다. 토레스의 이런 실수를 만회해줄 대체 킬러가 없다. 맨유는 루니가 아니라도 나니, 에르난데스, 영 등 물이 오른 킬러들이 넘쳐난다. 존 테리 같은 노장들이 여전히 판을 치는 첼시와 달리 맨유는 완전히 젊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 주름을 잡고 있다. 그 바람에 박지성, 긱스, 베르바토프 등 나이 30줄을 넘긴 선수들이 벤치에 줄줄이 앉아 있다. 보아스가 지난 시즌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포르투갈과 유로파리그를 쓸어버릴 땐 최전방에서 팔카우(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와 헐크(포르투)가 꼭 필요할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해줬다. 현재 첼시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특히 이번 맨유전에선 더욱 그랬다.

보아스는 퍼거슨에 비해 지도자 경험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일천하다. 맨유전을 통해 전술적으로 큰 문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첼시가 전반전에 3실점할 때 공격적으로 맞섰다. 첼시도 충분한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하미레스 등의 골결정력이 좋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데헤아의 선방이 돋보인 측면도 있다. 후반전에도 아넬카, 루카쿠, 미켈 등 공격적인 선수를 교체 투입하면서 만회골을 노렸다.

첼시는 너무 이른 시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많은 실점을 했다. 보아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충분히 기회가 있었지만 선수들은 차분하게 따라가지 못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