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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셀틱 전술의 중심으로 거듭나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23:09


셀틱 기성용. 스포츠조선DB

싸움닭 같은 거친 수비, 날카로운 킥력,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는 경기 운영 능력까지 삼박자가 완벽한 화음을 내고 있다. 기량이 만개했다. 기성용(22)이 셀틱의 중심으로 점점 거듭나고 있다.

닐 레넌 셀틱 감독의 어떤 전술에서도 든든한 한 자리를 보장받았다. 올시즌 정규리그 7경기에 모두 출전, 맹활약하고 있다.

1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셀틱의 중심으로 거듭난 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2009년 말 셀틱에 입단한 기성용은 거친 스코틀랜드리그(SPL)에는 어울리지 않는 얌전한 플레이로 감독의 눈밖에 났다. 벤치를 달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조기 귀국했다. 자기를 돌아봤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SPL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반전을 노렸다. 거친 싸움닭으로 새로 태어났다. 위협적인 태클은 물론이고 상대방과의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등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려가더니 지난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공격적 본능까지 살리기 위해 무기의 날을 갈아야 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매일같이 산에 오르며 하체 근력을 키웠다. 결국 주특기인 중거리 슈팅에 파워와 날카로움을 더했다. 올시즌 기록한 3골 중 2골이 중거리 슈팅에서 나왔다. 레넌 감독도 매 시즌 자기 발전을 거듭하는 기성용을 보며 "18개월동안 기성용이 많이 성장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기성용이 19일(이하 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8라운드 레인저스와의 '올드펌 더비'에 선발 출전, 풀타임 활약했다. 올드펌 더비는 격렬한 태클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의 전쟁. 레넌 감독은 원정경기임을 감안해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4-4-2 포메이션 중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수비가 강한 찰리 멀그루와 스콧 브라운을 기용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베람 카얄이 포진했다. 기성용은 수비전술의 핵심이었다. 포백 수비진 바로 위에 위치해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좌우 측면으로 벌려주는 롱패스를 통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후반 22분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레넌 감독은 전술의 변화를 꾀했다. 수비 중심의 미드필더를 공격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 멀그루와 브라운을 빼고 공격수 안소니 스톡스와 제임스 포레스트를 투입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예외였다. 수비와 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기성용은 레넌 감독의 든든한 믿을맨이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는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기성용은 전술 변화에 따라 공격진영으로 자주 올라왔다. 후반 22분 레인저스의 공세에 대응하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후반 18분과 45분 레인저스의 역습 상황에서는 거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등 만점활약을 펼쳤다.

공격 포인트는 선물이었다. 넓은 시야가 돋보였다. 0-1로 뒤진 전반 42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노마크 찬스를 맞은 기성용이 욕심을 내지 않고 왼쪽 측면의 엘 카두리에게 볼을 내줬고 카두리의 왼발 슈팅이 레인저스의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통과하면서 기성용의 패스는 어시스트가 됐다. 이날까지 3골을 기록한 기성용은 정규리그 첫 도움까지 기록하며 공격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하지만 셀틱은 네이 스미스와 니키차 옐라비치, 카일 라퍼티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2대4로 패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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