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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EPL 데뷔 울렁증 달래준 것은 '애국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2:27


7월 10일 전남 광양에서 열린 K-리그 전남과 수원의 경기에서 고별 인사를 전하는 지동원.
광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7.10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것은 힘들다. 길고 난다는 수퍼스타 선수들도 종종 새로운 리그에서 실패하기도 한다. 새로운 땅에서 시즌이 시작되기전 그 설레임과 부담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약관 스무살인 지동원(선덜랜드)도 그랬다.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한국시각)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EPL 전통의 명문 리버풀이었다. 그동안 TV로 봐왔던 안필드에 직접 서게 됐다. 기대감만으로도 흥분됐다. 한편으로는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안필드 팬들이 두렵기도 했다. 이런 어린 마음을 달랜 것이 있었다. 바로 '애국가'였다.

리버풀전을 앞두고 지동원이 애국가를 부르며 마음을 안정시킨 사연은 선덜랜드의 주전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가 전해주었다. 13일 밤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퍼디낸드와 만났다. 이야기는 이랬다. 경기 전날 스티브 부르스 선덜랜드 감독은 호텔 회의실에 모든 선수들을 모았다. 리버풀의 전술을 분석하고 자신들이 사용할 전술을 설명했다.

1시간여 걸린 팀 미팅을 마치고 선수들 하나하나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게 했다. 마음을 안정시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동원의 차례가 왔다. 눈이 지동원에게 집중됐다. 지동원의 입에서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 나왔다. 애국가였다.

퍼디낸드는 "지(Ji)가 코리안 앤섬(Anthem)을 불렀다. 국가를 위해 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는 것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퍼디낸드는 "지동원은 벌써 자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80억원에 사온 코너를 뒤로하고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는가"고 했다. 또 "지동원이 아직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과 팀 동료의 조언을 깊게 새겨들으려 한다. 빨리 적응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든다. 좋은 선수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기대했다.
리버풀(영국)=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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