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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해외파 부진, 참사로 이어졌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22:47


10일 한-일전(0대3 패)에 나선 조광래호 해외파들의 부진은 사실 경기 전 감지됐다. 설마했는데 현실화된 것이다.

주장 박주영(26·프랑스 AS모나코)은 이적팀을 찾지 못하고 한달 넘게 표류 중이었다. 소속팀을 나와 일찌감치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해 개인 훈련했다. 유럽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며 강도높게 훈련해도 모자랄 판에 혼자 훈련했다. 급기야 실전 감각이 우려돼 유니버시아드팀에 요청하고 연습 경기를 뛰었다.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와중에 모나코측은 박주영이 입영 연기를 위해 일찍 귀국한 것이라고 했다. 마음도 몸도 콩밭에 가있으니 제대로 된 경기력을 펼치기 어려웠다. 결국 후반 13분 교체아웃됐다. 라이벌전에서의 주장이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구자철(22·독일 볼프스부르크)도 마찬가지였다. 소속팀에서 혹독한 생존 경쟁을 벌인 그는 결국 지난 주말 개막전에 결장했다. 혹독한 훈련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벤치 멤버였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지쳐 있었다. 때문에 종아리 골절상으로 이번에 A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이청용(23·잉글랜드 볼턴)을 대신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어색한 플레이를 연발했다. 이어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했지만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일본의 미드필더들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김보경(22·일본 세레소 오사카)은 분위기 전환용으로 후반 투입됐지만 역시 마음이 들떠있었다. 구자철에게 한 차례 날카로운 킬 패스를 하긴 했지만 그 전 무리한 중거리슛으로 공격 흐름을 끊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어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욕심을 부린 측면이 없지 않다. '포스트 박지성'으로 불리는 김보경은 좀 더 냉정해야 했다.

이근호(26·일본 감바 오사카)는 최근 J-리그 5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골 감각이 좋았다. 초반 컨디션은 좋았다.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돌파에 의존하다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드필드의 중심축 기성용(22·스코틀랜드 셀틱)은 지난달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축포를 터트리는 등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과하면 넘치는 법이었다. 이날 일본 선수들에 맞서 지나치게 흥분했다. 전반 17분 일본 에이스 혼다에게 보복성 태클을 해 경고를 받았다. 이후 수비에서 위축된 플레이를 했다.

김영권(21·일본 오미야)과 박원재(27·전북)의 줄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왼쪽 윙백 박주호(24·스위스 바젤)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대지진과 최근 마쓰다가 훈련 중 심장마비로 결국 사망하는 아픔을 겪은 일본 선수들, 특히 일본 유럽파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혼으로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그들 앞에서 조광래호 유럽파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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