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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또 만난다. 75번째 한-일전이 10일 오후 7시30분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다.
일본은 변동이 없다. 혼다 게이스케(25·CSKA 모스크바), 오카자키 신지(25·슈투트가르트), 엔도 야스히토(31·감바 오사카), 가가와 신지(22·도르트문트) 등이 총 출동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현주소를 대변한다. 일본은 16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은 호주(23위)에 이어 세 번째(28위)다.
공격력에선 단연 일본이 우세하다. 혼다, 오카자기, 이에나가 아키히로(25·스페인 마요르카)의 파괴력이 한국 선수보다 더 돋보였다.
혼다의 비교대상은 김정우(29·상주)였다. 둘은 나고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정우는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그러나 골결정력, 슈팅력, 헤딩력, 패싱력, 개인기 등 5개 부문을 분석한 결과, 혼다의 총점이 42점, 김정우는 40점이었다. 이근호(26·감바 오사카)와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도 오카자키, 이에나가에 뒤졌다.
공격라인에서 한국이 앞선 선수는 원톱 박주영(26·AS모나코) 뿐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9일 한-일전에 이충성(26·일본명 리 다다나리·히로시마)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재일교포 4세다. 뿌리가 같다. 하지만 국적은 다른다. 박주영과 이충성, 두 한국인이 상대의 골문을 조준한다. 박주영이 골결정력, 헤딩력, 전술 이해도에서 앞섰다. 슈팅력과 개인기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총점에선 박주영이 41점, 이충성은 37점이었다. J-리그에서도 득점 공동선두(10골)를 달리고 있는 이충성은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결코 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원에서는 기성용(22·셀틱)과 엔도, 이용래(25·수원)와 하세베 마코토(27·볼프스부르크)가 아시안컵에 이어 재대결을 벌인다. 뜨거운 두뇌싸움이 관심사다. 백중세로 나타났다.
백전노장 엔도는 일본 축구의 시작과 끝이다.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다. 경기운영에서는 기성용에 앞섰다. 하지만 기성용은 거친 스코틀랜드 무대를 경험하면서 축구에 또 다른 눈을 떴다. 패기를 앞세운 수비력과 스피드는 더 나았다. 총점에서도 기성용이 41점, 엔도는 40점이었다. 반면 하세베(40점)와 이용래(39점)의 경쟁에서는 하세베가 1점 앞섰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결은 1대1이었다.
수비라인도 일본이 안정된 전력을 자랑했다. 조광래호의 포백은 변화가 생겼다. 무혐의가 됐지만 홍정호(22·제주)가 승부조작에 이름이 오르며 이번 원정에서 제외됐다. 그 빈자리는 이재성(23·울산)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정수(31·카타르 알사드·40점)만 대인마크, 공중볼, 스피드, 몸싸움, 패싱력 등을 평가한 결과, 곤노 야스유키(28·FC도쿄·39점)를 이겼을 뿐이다. 김영권(21·오미야)은 이노하 마사히코(26·스플리트), 이재성은 요시다 마야(29·벤로)에 각각 38대39, 39대40으로 뒤졌다. 차두리(31·셀틱)와 정성룡(26·수원)은 각각 우치다 아쓰토(26·샬케04), 가와시마 에이지(28·리에르세)와 40대40, 42대42로 동점이었다. 골키퍼는 선방률, 판단력, 순발력, 수비리드, 공중볼 처리 능력 등을 비교했다.
하지만 한-일전 최고의 묘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력 외의 변수다. 전술, 개인 기량보다 정신 무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