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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37℃ 고열 원인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8-07 08:53


손흥민. 스포츠조선 DB

"너무 아쉽고 아쉽네요."

6일 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손웅정 춘천FC 감독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아들 손흥민(19·함부르크)이 갑작스러운 고열로 이날 새벽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1라운드에 결장했다. 손 감독은 당혹스러웠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10경기에서 18골을 넣었다. 각종 언론에서 함부르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대가 컸다. 그랬던 아들이 앓아누웠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었다. 손흥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딘가 좋지 않은 목소리였다. 춘천FC에서 데려온 유망주들과 함께 있느라 원정 경기에 따라나서지 못한 손 감독은 아들의 목소리만 듣고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 열이 나서 뛸 수가 없어요." 눈앞이 깜깜했다.

원정 경기 전날부터 조금식 열이 오르기 시작했단다. 경기 시작 전 팀 닥터가 와서 체온을 쟀다. 37℃까지 올랐다. 팀 닥터는 경기 출전 불가를 선언했다. 비타민 주사를 맞고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열이 내리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이 도르트문트와 경기를 할 때 손흥민은 숙소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1대3으로 진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단다.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돌아오자마자 손 감독은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일단 몸상태부터 체크했다. 고열로 인해 체중이 2㎏정도 더 빠져있었다. 침대에 누인 뒤 비타민 주스와 한국에서 가져온 몸살약을 먹였다. 아들이 잘 동안 뜬눈으로 침대를 지켰다.

피로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을 끝낸 뒤 춘천에서 5주간 지옥훈련을 했다. 여기에 프리시즌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쉼없이 달리며 달구어진 몸이 고열을 가지고 온 셈이었다. 손 감독은 "프리시즌 준비하면서 흥민이에게 잘먹고 틈날때마다 푹 자라고 했다. 하지만 챙겨잔다고 잔 것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일전도 다녀올 수 없을 정도의 몸상태였다. 대한축구협회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도 사정을 듣더니 손흥민에게 독일에서 쉬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손흥민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서 활약해야 한다. 그런만큼 빨리 몸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쾌유를 빌었다.

마냥 누워있을 수는 없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이 필요하다. 도르트문트전에서 파울로 게레로가 부상을 입었다. 공격력에 구멍이 뻥뚫렸다. 2라운드 홈개막전에는 나서야 한다. 손 감독은 "많은 팬들이 걱정하고 있다. 빨리 몸을 추스려서 좋은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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