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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빨리 올라오네그려. 허허허허."
취재진은 정 감독에게 2002년 당시 활약했던 황선홍 포항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대행, 유상철 대전 감독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거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정 감독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선수 시절 봐왔던 성격에 비추어 판단한 주관적인 평가라는 단서를 달았다.
우선 지도자 경험이 가장 긴 황 감독에 대해 평했다. 정 감독은 "지도자는 선수 때와 달리 자신의 것을 희생하고 선수들을 배려해야 한다. 황 감독이 성격적으로 차분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색을 잘 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 감독은 "쇼맨십이 풍부하다. 들이받는 스타일이다. 자기 나름의 색이 확실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은 모든 것을 다 갖춘 팀이다. 때문에 분명히 유리한 점이 없지않아 있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K-리그에 안착한 유 감독에 대해서는 "어려운 팀에서 시작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성격때문에 잘해낼 것이라고 평했다. 정 감독은 "감독은 외부에 쉽게 휘둘리면 안된다. 선수 생활을 지켜보면 유 감독은 고집이 있다. 잘해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세 후배 감독에 대해 평한 뒤 우스갯소리 삼아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정 감독은 "그 세명에 이영진 대구 감독, 신태용 성남 감독도 있다. 일본에 있는 윤정환 사간 도스 감독도 있고 얼마전에는 (고)종수도 코치가 됐더라. 나는 부천에서 감독 4년 한뒤 허정무 감독님 따라 대표팀에 있었다. 올 시즌 포함하면 K-리그 5년차 감독밖에 안되는데 벌써 16명의 K-리그 감독 가운데 서열 4위다. 조만간 잘릴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한 바탕 웃은 뒤 정 감독은 "지도자들이 참신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것이 경쟁이다"면서 전의를 다졌다.
광양=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