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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에서 골키퍼로 변신한 상주 이윤의(24).
이윤의는 지난 6일 골키퍼로 나서게 된다는 소식을 상주 코칭스태프로부터 들었다. 골키퍼 4명 중 3명이 승부조작으로 인해 군검찰에 구속 또는 불구속됐고 유일하게 승부조작의 풍파를 맞지 않은 권순태(27)는 지난 대구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비수인 그가 골키퍼로 낙점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듣기로는 점프력과 스피드, 민첩성이 좋아서 코칭스태프가 나를 골키퍼로 낙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각잡힌 자세로 앉아 또박 또박 말했다. 군인 정신이 투철했다.
하지만 실점 장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그는 "마지막 두 골을 막아냈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골은 너무 아쉽다. 그 마음은 골키퍼만 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이윤의는 후반 20분 데얀의 슈팅을 다이빙하며 막아내려 했지만 실점을 하고 말았다. 다이빙하는 사이 데얀이 슈팅한 볼이 배 아래를 통과해 골문을 통과했다.
막을 수 있는 볼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다음 경기에 골키퍼로 나설 수 있겠냐'는 질문에 군인정신을 강조했다.
"군인은 시키면 무엇이든 다 한다. 골키퍼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많이 파이팅을 했다. 전반이 끝나고 경기가 끝나고 파이팅을 외쳤다."
단 3일의 연습, 그리고 골키퍼로의 정규리그 데뷔전. 그는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포털 사이트에 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싱숭생숭하다"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이윤의다. 후반에는 비록 실수로 세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박빙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선방도 여러차례 했다. 팀을 위해 골키퍼 장갑을 끼고 최선을 다한 그에게 박수도 아깝지 않았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