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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네요"…어느덧 12번째, 88둥이의 12월21일은 'DH'와 함께였다

이종서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12-21 13:10 | 최종수정 2024-12-21 23:00


"시간이 참 빠르네요"…어느덧 12번째, 88둥이의 12월21일은 'DH…
입단 당시 이두환. 스포츠조선DB

"시간이 참 빠르네요"…어느덧 12번째, 88둥이의 12월21일은 'DH…
사진제공=김강 KT 코치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88둥이'의 우정. 12년이 지났지만, 한결같다.

미국을 제압하고 한국이 정상에 섰던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이 안산공고 3학년 좌완투수 김광현(36·SSG)에게 돌아간 가운데 타선에서 상대 마운드를 폭격했던 거포 1루수가 있었다.

장충고 3학년이었던 이두환이었다. 타율 3할6푼4리(33타수12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대회 올스타 1루수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굵직한 활약을 했을 재능. 이두환은 큰 기대 속에 2007년 2차 2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07년 1군 한 경기에 출전을 한 그는 2군에서 꾸준하게 성장 과정을 밟았다. 2010년 퓨처스리그에서 21홈런을 기록한 그는 1군에 콜업돼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홈런 6타점을 OPS(장타율+출루율) 0.847을 기록하며 밝은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이두환의 1군 기록은 2010년에서 멈췄다. 2011년 부상으로 고전했던 그는 2012년 예기치 못한 소식을 들었다. 희귀병인 대퇴골두육종 진단을 받은 것. 야구계는 그의 복귀를 응원했지만, 결국 그해 12월21일 야구가 전부였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야구의 전성기를 꿈꿨던 친구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참담한 슬픔을 나눈 이들은 매년 이두환의 기일이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추모의 마음이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현종(KIA) 김광현 이용찬(NC)과 1년 후배 김선빈(KIA) 등 함께 쿠바를 누볐던 이들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빅스타로 우뚝 섰다. 가족이 생겼고, 아빠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정상에 서있는 선수도 있고, 지도자로 변신하거나 야구계를 떠난 선수도 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어느덧 12번째, 88둥이의 12월21일은 'DH…
2006년 쿠바 청소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한국선수들 【 연합뉴스】

각자의 위치와 상관 없이 이들은 이두환의 기일인 12월21일 하루 전부터 쿠바를 누볐던 그때로 돌아간다. 하루 전에 모여서 회포를 풀고 다음날 이두환이 있는 봉안당을 찾는다.

초기에는 '일일호프'를 하고 유소년 야구교실도 열며 야구 후배들에게 소중했던 친구의 이름이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제 더 이상 큰 행사는 없지만 여전히 이들의 12월21일은 친구 이두환을 함께 기억하는 날이다.

이두환이 떠난 지도 어느덧 12년.

친구들은 변함 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렸고, 날씨도 추웠다. 하지만 이들은 어김없이 친구가 떠난 하루 전 모였고, 날이 밝은 뒤 친구가 영면하고 있는 장소를 찾았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어느덧 12번째, 88둥이의 12월21일은 'DH…
사진제공=김강 KT 코치 제공
자신의 모자에도 이두환의 이니셜인 'DH'를 새기는 등 같한 애정을 보였던 양현종도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12년이 지났지만 양현종은 '친구 이두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두환이는 우리 1988년생 친구들 중 가장 잘 치는 타자였다고 생각한다. 힘과 컨택, 배트 스피드 모든 면이 다 뛰어났다. 성격도 밝고 둥글둥글 해서 친구들도 많이 따르고 잘 지냈다. 무엇보다 잘 웃는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양현종은 "만나기 전에는 너무 설레였다 만났을 때는 다들 고등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항상 시끄럽고 즐겁다"며 "진짜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친구들과도 시간이 진짜 빠르다고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겨울 마다 모였는데 어느덧 18년이 됐다"고 했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12월21일. '88둥이'에게는 먼저 떠난 친구 이두환을 추모하며 영원히 함께 할 우정의 기념일이 됐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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