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활주로에 나온 선수들은 군용 수송기를 보자 신기한 듯 탄성을 내질렀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방 열 회장과 남자대표팀 허 재 감독 등 농구인들은 이번 통일농구를 계기로 남북 농구 교류가 정례화되길 바랐다. 방 회장은 "명칭이 통일농구다. 어떻게 하면 연례행사로 이어져 통일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 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허 감독은 "15년 전 선수 때도 설嗤 이번에 감독으로 가니 더 설레고 감회가 새롭다. 북한선수들이 어떻게 변했는 지 궁금하다. 통일농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1년에 한 두번이라도 남북 교류전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전 10시에 서울공항을 출발한 수송기는 1시간 10분을 비행해 오전 11시10분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북측에선 원길우 체육성 부상(차관)이 방북단을 맞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공항 귀빈실에서 원 부상과 환담을 나눴다.
조 장관은 "평양이 '어제가 옛날같다'고 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공항에서부터 그런 흐름을 느꼈다. 평양 시내로 가면 더 많이 느낄 것 같다"면서 "단지 선수단만 온 게 아니라 남측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화해 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안고 왔다. 우리 평양 주민들, 북측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원 부상은 "일행분들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축하한다. 남측 성원들을 여러번 만났는데 만날수록 정이 통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해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우리 체육이 북남 화해협력, 평화번영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는데 앞장선데 대해 긍지스럽게 생각하고, 통일농구선수단을 통일부 장관 선생이 이끌고 온데 대해 좀 더 의의가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라며 방북단을 환영했다.
방북단은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다. 전날 홍콩에서 와 피로가 쌓인 남자대표팀은 휴식을 취했고, 여자대표팀은 경기장인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50분 가량 가볍게 훈련을 하며 적응을 마쳤다.
방북단은 저녁에 평양 옥류관에서 북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 북측 선수단도 참석해 남북한 선수들이 섞여 앉아 냉면을 먹으며 서로 친분을 쌓았다. 서로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등 벌써 친해진 모습을 보여 남북통일 농구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한편 북측 인사들은 방북단이 민항기가 아닌 군용 수송기를 타고 온 것을 보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고. "수송기는 짐을 싣는 건데 왜 타고 왔냐", "수송기를 타고 와서 깜짝 놀랐다" 등의 말을 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선수단은 4일 평양 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선수들을 한팀으로 만들어 뛰는 혼합경기를 하고, 5일엔 남북 친선 경기를 펼친 뒤 6일 귀국한다.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혼합경기는 남북 선수들을 섞어 '평화팀'과 '번영팀'으로 나눠 경기를 펼치고, 친선경기는 남측이 청팀, 북측이 홍팀으로 나선다. 서울공항=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