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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약점 넘어 강점이 된 수비, 도대체 어떤 마법이 있었던거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5-25 08:32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7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이 2대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팬들과 기쁨을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3/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7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3/

무조건 이겨야 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플레이는 간절함을 넘어 처절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에 무조건 득점하겠다는 의지까지 독기까지 더해졌다. 무서운 공격이었다. 측면에서는 쉴새없이 크로스를 뿌려됐고, 문전에서는 기회만 생기면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한국의 골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국 수비수들은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이 장면을 본 신태용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짜릿했다."

대회 개막 전만 하더라도 수비는 신태용호의 아킬레스였다. 비공개든, 공개든,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연습경기마다 골을 허용했다. 매경기 득점에 성공한 공격진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서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니전(3대0 승)은 무실점으로 묶었고, 아르헨티나전(2대1 승)에서는 '지키기 축구'로 귀중한 승점 3점을 더했다. 수비진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제 쉽게 골먹을 것 같지 않다." 도대체 수비진에 어떤 마법이 펼쳐진걸까.

사실 신태용호를 따라다닌 수비불안 꼬리표는 수비 자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컸다. 신 감독은 공격축구를 강조한다. 당연히 공격쪽에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신 감독도 "'신태용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고 하는데 수비가 강해지려면 공격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에 7~8명 올리면 수비가 허술해진다. 반면 7~8명 내려앉으면 공격이 약해진다. 1대0, 무실점 경기도 할 수 있다. 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 취향은 한골 먹으면 두골 넣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할 것이다. 팬들도 선수들도 훨씬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선수들이 수비할 때는 약해지지만 공격하면 패스 앤 무브를 통해 살아있는, 생동감 넘치는 축구를 한다. 그것이 보기 좋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수비로는 원하는 곳까지 갈 수는 없었다. "우리가 경기할때 좋은 찬스도 만들 수 있지만, 좋은 찬스도 줄 수 있다. 상대 공격은 안당할 수 없지만 실점은 하면 안된다. 그러면서 조직력 올려야 한다. 기본적으로 매일 조금씩 나아지면 본선가면 더욱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신 감독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신 감독의 해법은 철저한 준비였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재미를 본 포어리베로 전술이 대표적이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상대의 공격을 잠재웠다. 공격에 방점을 둔 한국의 구조적인 약점을 전술로 메웠다. 약점인 세트피스 수비는 반복 훈련을 통해 해결했다. 훈련은 구체적이었다. 이승모가 블로킹을 하면 정태욱이 클리어링을 하고, 김승우가 뒤를 잡으면 이상민이 끊어내는 식이었다. 정태욱은 "다른 선수들이 유인하는 움직임을 하지만 결국 6번을 노린 킥이 1차적으로 올라온다. 내가 6번을 담당하고, 상민이와 승우가 나머지 장신 선수들을 막는 게 기본 전술이었다. 그게 잘 맞았다"고 했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두번이나 골을 허용한 세트피스 수비는 이번 대회 한국의 장점 중 하나다.

철저한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수비의 기본은 경험이다. 수비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인데, 어린 연령대 선수들은 이 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확한 임무를 부여했다. 김승우는 "포어리베로 역할을 주시면서 우루과이전처럼만 하라고 하시더라다. 상대 원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 8번 선수가 있는데 오른쪽으로 도는 경향이 있다고 하시더라. 이를 적극적으로 잡으라고 하셨다. 정말로 비디오대로 움직이더라"고 했다. '8번 선수' 팔라시오스는 김승우에 막혀 아무것도 못한채 전반 45분만 교체아웃됐다.

수비불안을 넘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사실 수비선수들도 계속된 실점에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소통과 책임감이 있었다. 김승우는 "최대한 수비불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선수들끼리 더 뭉쳤다. 미팅도 많이 했다"고 했다. 정태욱은 "선수들끼리 헌신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도 상대가 슈팅을 날리면 무조건 몸을 날리자고 했다. 마지막까지 잘지켜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지키는 축구가 말이 쉽지 막상 실전에서는 어려운 축구다. 더구나 상대는 최강 아르헨티나였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켜낸 것은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신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살신성인 정신으로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 그 힘은 단 한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토너먼트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제 수비는 신태용호의 강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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