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틸리케호의 첫 발걸음은 무난했다.
승점 3점을 챙겼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오만을 1대0으로 꺾은 후 "대회를 길게 보면 1대0 승리가 5대0 승리보다 낫다"고 했다. 대승을 거둘 경우 집중견제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오만전에서 어렵게 경기 운영을 한 점은 인정했다.
A조의 뚜껑은 모두 열렸다. 개최국 호주가 9일 쿠웨이트를 4대1로 대파했다. 호주가 1위에 포진한 가운데 골득실에서 밀린 한국이 2위에 위치했다. 각조 1, 2위가 8강에 오른다. 호주의 4대1, 한국의 1대0 승리, 큰 차이는 없다. 아시안컵은 월드컵과는 다르다. 조별리그에선 승점이 같을 때는 골득실이 아닌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A조 1위를 다툴 호주와 한국은 17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닥뜨린다. 이에 앞서 한국은 13일 2차전에서 쿠웨이트, 호주는 오만과 충돌한다. 두 팀 모두 2승의 상황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기는 팀이 조 1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쿠웨이트전은 또 달라야 한다. 슈틸리케호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점검했다.
밀집수비 비책은 있다.
오만의 밀집수비는 예상됐다. 하지만 더 촘촘했다. 예상을 깬 5-4-1 시스템을 가동했다. 쿠웨이트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묵은 고민이지만 밀집수비를 뚫을 비책은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언급했지만 측면에 첫 번째 열쇠가 있다. 조밀한 중앙을 뚫기는 쉽지 않다. 측면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 가장 효과적이다. 측면에서 활로를 ?돛만 수비라인이 분산된다. 활발한 오버래핑도 공존해야 한다. 볼은 인간보다 빠르다. 상대 수비가 예측하기 전 측면의 뒷 공간을 침투해 패스가 연결되면 수비벽을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반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도 자주 나와야 한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데는 '특효약'이다. 상대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과감한 공격이 필요하다. 중거리 슈팅으로 1차적으로 수비라인을 흔들 필요가 있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축구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통로인 세트피스도 다듬어야 한다. 세트피스는 밀집수비와 무관하다. 약속된 세트피스를 통해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또 과욕을 부리면 템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중압감을 떨쳐내야 한다. 공수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상대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집수비를 뚫는 것으로 끝은 아니다. 골결정력을 높여야 하는 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불문율은 불문율이다
'경기 시작 5분과 종료 전 5분을 조심하라.' 축구의 격언이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이후 정비가 되기 전과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이 저하되는 종료 전 5분, 실점을 조심하라는 의미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후반 30~45분사이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무려 13실점(26%)을 헌납했다. 슈틸리케호도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시안컵 직전까지 치른 5차례의 평가전에서 4실점했다. 후반 30~45분대에 무려 2골을 허용했다.
오만전에서 다시 한번 똑같은 우를 범했다. 슈틸리케호는 경기 종료 직전 무너졌다. 오만의 파상공세에 대혼란을 겪었다. 후반 42분에는 상대 수비수를 놓쳤다. 상대 선수가 볼터치만 잘했다면 실점이나 다름없었다. 후반 46분 코너킥 상황에선 골키퍼 김진현의 천금같은 선방으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순식간에 흔들리는 수비라인은 재정비해야 한다. 집중력의 끈을 놓는 순간 실점이다. 오만전은 경고음에 불과하다.
부상도 피해야 한다
첫 판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부상주의보다. 김창수(가시와) 이청용(볼턴) 조영철(카타르SC)이 부상에 노출됐다. 다행히 이들의 부상은 우려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부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운영의 묘도 필요하다. 기술이 떨어지는 상대는 거친 플레이로 제지를 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부상에 대한 예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나치게 볼을 끌면 살인적인 태클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동료를 이용한 지혜로운 플레이가 요구된다. 뛰어난 기술은 토너먼트 이후 발휘해도 늦지 않다. 부상도 피해야 한다. 태극전사들의 숙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