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선수 사상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연패를 달성한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조해리(28·고양시청)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 심석희(17·세화여고)는 감동했다. 이상화는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후배이자 박승희의 친언니 박승주(24·단국대)와 함께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았다. 그가 준비한 깜짝선물은 손으로 쓴 플래카드였다. '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다치지만 말아줘. 이미 당신들은 최고! 달려랏! 조해리 박승희 공상정 김아랑 심석희.' 이상화와 박승주는 소치해안클러스터 선수촌의 룸메이트다. 박승희는 짬만 나면 언니 방에 놀러가 얘기 꽃을 피운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금메달로 화답했다. 박승희는 "오는 줄은 알았는데 플래카드까지 만들어서 왔더라. 모든 선수가 감동했다.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며 활짝 웃었다. 쇼트트랙 여전사들은 금빛 질주를 펼친 후 눈물을 쏟아냈다. 이상화에게 달려가 고마움을 전했고, 응원단장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감동은 밤까지 이어졌다. 겨울 아닌 겨울비가 내린 러시아 소치에는 두 번째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금메달을 목에 걸은 이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2010년 밴쿠버 대회를 포함해 동메달만 3개인 박승희, 1500m에서 중국의 노련미에 당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에이스' 심석희, 밴쿠버의 주축이었던 백전노장 조해리, 기대주 김아랑과 공상정, 모두에게 첫 금메달이었다.
오늘 만큼은 이 기분을 누려보고 싶다고 했다. 메달을 품에 안은 이들에겐 잠 못드는 밤이었다. 지탄의 대상이 된 쇼트트랙에서 이뤄 낸 기분좋은 반전이라 더 특별했다. 밴쿠버에서 3000m 계주는 통한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를 필두로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했다. 결승전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했다.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번에는 2위를 차지한 중국이 실격됐다. 왜 일까. 심석희에게 아픔을 안긴 1500m 금메달리스트 저우양이 실수를 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교대하는 과정에서 저우양이 주로를 벗어나지 않아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했다. 교대할 때 2명이 아닌 3명이 주로에 있었던 셈이다. 실격이다. 미국 NBC의 해설을 맡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도 "매우 어려운 판단이지만, 정확한 판단"이라고 지지했다. 엇박자도 있었다. 당초 마지막 주자로 판커신이 나설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덜 돼 리젠러우로 교체됐다. '최종병기' 심석희가 마지막 폭풍 질주로 따돌린 주자는 리젠러우였다.
부담감을 훌훌 털어냈다. 올림픽이 첫 출전인 무서운 고교생 심석희는 왜 에이스인지를 입증했다. 두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500m에서 통한의 동메달을 차지한 박승희는 4년전 계주의 한까지 씻었다. "골인도 하기 전에 눈물이 났다"는 김아랑도 더 이상 배앓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해리와 공상정도 100%가 아닌 200%의 역할을 다했다.
소치에서는 오랜만에 맞은 평온한 밤이었다. 이상화도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