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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 영화 트렌드는? 여배우들은 속살을 감추고 남자 배우들은 무기를 들었다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11-08 09:46 | 최종수정 2011-11-08 16:50


'써니' 포스터. 사진제공=CJ E&M

'블라인드' 포스터. 사진제공=레몬트리

'고지전'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풍산개' 포스터. 사진제공=김기덕필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포스터. 사진제공=청년필름

'도가니' 포스터. 사진제공=CJ E&M

2011년 한국영화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몸매를 감췄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남성들이 극장가를 수놓았다.

올해 한국영화계를 결산하는 청룡의 계절이 또다시 왔다. 지난해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잔혹 스릴러와 에로틱 장르가 나란히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또 달랐다. 여배우들의 노출은 줄어들고, 남자 배우들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강인함을 무기로 삼았다. 8일 발표된 제32회 청룡영화상 최종 후보자(작)들로부터 이러한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무엇이 확실히 달라졌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여배우 '노출실종' vs 남배우 '무기난무'

늘 화제를 끄는 '노출'을 내세운 여배우들이 사라졌다. 섹시하고 고혹적인 여인들도 하나같이 속살을 감췄다. 톱스타 김하늘과 최강희가 각각 스릴러 '블라인드'와 섹시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로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노출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김하늘은 데뷔 이래 첫 시각장애인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최강희는 섹시 코미디에 출연한 만큼 수위 높은 발언은 많았지만 노출은 전무했다. 전작 '타짜'에서 과감한 노출을 선보인 김혜수 또한 '이층의 악당'에선 '신경쇠약'에 포인트를 맞춰, 성격파 연기를 선보였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의 한지민 또한 데뷔 이래 보여주지 않던 가슴골을 보여주며 섹시함을 과시했지만, 의상만 파격적이었을 뿐 역시 노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고 동창 7공주의 이야기를 다룬 '써니', 탕웨이와 현빈 주연의 '만추', 3D 액션 블록버스터 '7광구' 등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화제작은 많았지만 모두 속살은 꼭꼭 감췄다.

이런 연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배우 중심의 영화 중 메가 히트작이 별로 없었다. 지난해 '방자전'이나 '하녀'처럼 에로틱함을 무기로 내세운 작품들이 관객몰이를 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써니'가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복고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는 음악 등이 흥행 요소였다.

반면 '전사' 이미지의 남자들이 나선 영화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활을 들고 '조선시대판 아저씨'로 변신한 박해일('최종병기 활'), 철조망을 뛰어넘는 장대를 든 윤계상('풍산개'), 족발로 적을 제압한 김윤석('황해'),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선 고수와 이제훈('고지전') 등이다. 모두 화제작이었고, 올해 한국 영화의 기둥을 이뤘다.

안될 줄 알았던 다크호스, 무서운 상승세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던 작품들을 제치고 '다크호스'들이 흥행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점도 독특하다. 이같은 징조는 올해 초 극장가 첫 대목인 설 연휴부터 있었다. 당시 '1000만 감독'이라 불리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강우석-이준익 감독이 나란히 설 극장가에 신작 '글러브'와 '평양성'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설 극장가의 승자는 두 감독의 이름값에 밀리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4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반면, '글러브'와 '평양성'은 모두 2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졌다.


상반기 메가 히트작 '써니' 또한 당초 전혀 기대작이 아니었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던 유호정과 10대 신예 심은경이 주연인데다, 여성들의 추억담을 다룬 스토리라는 점에서 큰 흥행 요소가 없다고 판단됐지만 막상 개봉되자 복고 바람을 타고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헬로우 고스트', 노년의 러브스토리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도 개봉 전에는 기대치가 적었지만, 볼 만한 휴먼스토리로 입소문이 나면서 각각 300만, 1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에서도 가장 주목받지 못하던 '최종병기 활'이 마지막 승자였다. 하지원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한 3D액션 '7광구', 전쟁 대작 '고지전', 한국 최초의 오토바이 액션 '퀵' 등이 여름 극장가에서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가장 개봉 시기가 늦었던 액션 사극 '최종병기 활'은 이 중 가장 화제성이 떨어졌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스피디한 액션과 긴박한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결국 '써니'를 제치고 74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올해 최대의 흥행작에 등극했다.

하반기까지도 다크호스의 질주는 계속됐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의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가 예상을 깨고 4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개봉 전에는 주연배우 공유-정유미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없었고, 불편한 내용 때문에 관객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자 사회적 파장이 어마어마했고, 배우들의 열연과 영화의 완성도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립영화 전성시대, 2만 돌파 영화까지

올해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한 해이기도 했다. 개봉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작품이 많은 것이 독립영화의 현실이지만, 올해는 독립영화 화제작 세 편('파수꾼', '혜화, 동', '무산일기')이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계를 결산할 때 이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파수꾼'은 독립영화로선 드물게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최근 못 본 관객들을 위한 재상영까지 이뤄질 만큼 사랑받은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제훈은 신인임에도 '고지전'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한 카메라 광고 모델 자리까지 꿰차며 차세대 스타 등극에 성공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수상작이기도 하다.

'혜화, 동' 또한 신예 여배우 유다인을 재발견하게 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미혼모와 유기견 문제를 밀도있게 다룬 내용으로 1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과 평단의 지지를 함께 얻었다.

신인 감독이자 주연배우로 나선 '무산일기'의 박정범 또한 올해의 발견이다. 탈북자끼리의 불신과 남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이 영화 또한 '파수꾼'과 함께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받았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파수꾼'의 포스터.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혜화, 동' 포스터. 사진제공=인디스토리

'무산일기' 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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