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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햇살의 속삭임, 바람의 냄새, 고요한 소란들이 마음을 깨우는 그곳, 자연의 시간을 오롯이 간직한 채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숲!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쉬다'는 뜻의 한자 '휴(休)'가 되듯 사람들은 숲에서 저마다 '쉼'의 시간을 찾는다. 인생의 쉼표를 찾아 숲으로 떠난 사람들이 발견한 맛의 느낌표! 숲의 생명력 가득한 맛의 낙원으로 떠나는 시간!
해발 1,466m의 정선 두위봉은 봄나물인 어수리가 여름에서야 나기 시작할 만큼 산이 높다. 두위봉을 제집처럼 오르내리며 사는 30년 차 약초꾼 이형설 씨와 동료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험한 길을 누비다 나무 위에서 '말굽버섯'을 발견하기도 하고, 산더덕 중에서도 향이 좋은 홍더덕을 손에 넣기도 한다. 여기에 '심봤다' 소리가 절로 나는 큼직한 산삼까지, 두위봉 숲은 온갖 귀한 것들을 품은 보물 창고다.
산중 깊은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연 동굴은 숲을 유랑하며 사는 약초꾼들에겐 최고의 쉼터다. 동굴에 앉아 금방 뜯어온 어수리나물에 더덕장아찌 주먹밥을 싸서 먹으면 산중 낙원이 따로 없다
더불어 숲이 되어 살다 '모두의 숲'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동계면
전라북도 순창군, 밤나무가 우거진 작은 숲에서 가을이면 밤 줍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는 이민선 씨, 김석균 씨 부부. 흙집을 짓는 건축가 부부는 8년 전 동네 야산에 흙과 왕겨 등 자연 재료로 오두막과 트리하우스를 짓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터를 만들었다. 여럿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만들고,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이름도 '모두의 숲'이다. 이 숲에선 수도도 전기도 가스도 없다. 대신 옹달샘을 만들고, 땅을 파고, 나무를 줍는 사람의 수고가 뒤따른다.
숲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 불편을 감수하지만 맛은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의 숲 요리사인 이경아 씨가 직접 발효해 만든 '누룩소금'으로 삼겹살을 재우고, 항아리 화덕에 맛있게 잘 구워낸 통삼겹구이. 발효식초와 발효액으로 맛을 낸 소스에 온갖 들풀들을 버무린 잡초샐러드와 토마토와 엉겅퀴를 듬뿍 넣고 끓인 '모두의 숲'표 엉겅퀴라면에 장작불에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커피 한잔이 더해지면 숲에 사는 행복이 밥상을 채운다. 서로 다른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듯 낯선 곳에서 만나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모두의 숲 사람들, 숲이 품어준 치유와 돌봄의 의미를 밥상에서 발견해 본다.
내 어린 날의 숲, 추억을 품다 ?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전라남도 구례군의 피아골. 해발 800m가 넘는 깊숙한 산골짜기에서 40년 넘게 고향의 옛집을 지키며 사는 부부가 있다. 밤에는 산메기 낚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낮에는 초피열매를 따느라 산을 누비며 사는 남편 이정운 씨. 어린 시절 매일 누비며 살던 그 숲의 냄새가 그리워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도시에 살고 싶었다는 아내 박재숙 씨는 지리산 남자를 만나 적응하며 사는 동안 그새 산사람이 다 됐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산중에 밥집을 열고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는 부부. 맛을 내는 최고의 양념이 초피다. 알싸하고 매운맛이 강한 초피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한번 맛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고. 생초피열매를 갈아서 곤드레나물로 김치를 담글 때 넣어주면 그 맛이 일품. 밤새 잡아 온 산메기를 국물 자작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인 산메기짜글이와 자식들 키울 때 보약처럼 먹였다는 산메기구이, 풀을 먹여 키운 건강한 산닭을 살만 포를 떠서 소금 마늘 양념에 버무려 구운 산닭구이까지, 고향의 숲을 지키는 고목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산중 밥상을 만난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