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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이야기가 과하게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탓에 4회까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다소 전개가 느리다거나 주인공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영하와 성하의 경우 대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눈빛 교환과 표정 연기로 이뤄지고 대사량이 적기 때문에 다소 이야기가 느리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매력이다. 다만, 이야기가 단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래서 대체 왜 그러시는지?" 같은 의문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도 포인트. 고민시가 연기하는 성아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문을 4회에 걸쳐 쌓아두기 때문에 5회부터 8회까지 폭발하게 될 도파민이 기대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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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잘 녹아들었다. 침묵과 압박감 속에서 고민시의 목을 조르게 되는 김윤석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로 고민시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꽉 막을 정도의 압박감을 준다. 그가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형성되는 것은 배우로서의 재능. 이미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력으로는 당연히 인정받은 그이지만, 감정 표현이 적은 캐릭터의 연기를 이처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바. '스위트홈'과 '밀수' 등을 통해 촘촘하게 쌓아왔던 연기력을 고민시가 어떻게 펼치게 될지도 관심이 쏟아진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단 하나, 4회까지 천천히 쌓아올린 빌드업과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어떻게 한 순간에 해소할지다. 영문을 모른 채 당하고 있는 영하의 표정만 보더라도 꽉 막힌 답답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이 전개까지 느리기 때문에 최근 빠른 템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 작품이 다소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설명이 친절하지도 않기에 더욱 "그래서 대체 왜!"를 계속 외치게 되는 것. 그렇기에 숨구멍을 5회 이후에 깔아놨다면 4회까지를 인내심 있게 지켜봐온 시청자들만 이 사이다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유일한 단점. 이 갑갑함을 2회 안으로 끊어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같은 이 불친절한 작품을 4회까지 연이어 보게 만든 것도 모완일 감독과 배우들의 능력이다. 모완일 감독은 이미 '부부의 세계'와 '미스티' 같이 후반부까지 도파민이 터지는 작품을 수없이 연출해온 연출의 장인. 그가 8부작의 드라마를 이 같이 배치해둔 이유 역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3일 넷플릭스 공개.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