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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왜 그러는 거예요?

문지연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8-20 14:16


[SC리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왜 그러는 거예요?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손호영 극본, 모완일 연출)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취재진에게 4회까지의 분량을 선공개했다. 깊은 숲속의 펜션 주인 영하(김윤석)과 그를 찾아온 의문의 손님 성아(고민시)의 이야기와 더불어 모텔 운영을 하던 상준(윤계상)과 아내 은경(류현경)의 다른 시간 속의 이야기가 동시에 선보여지는 가운데, 이 모든 시간을 관통한 한 사람 보민(이정은)의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야기는 4회 내내 미스터리하게 진행된다. 모완일 감독이 앞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펼쳐지는 비밀스럽고 숨막히는 이야기이자 자신의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던 만큼 4회까지 영하와 상준은 자신 앞에 벌어진 같은 일에 대해 정반대로 행동하면서 그에 따르는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것. 비슷한 사건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두 사람이 어떤 일에 처하게 되는지도 이야기의 중요한 줄거리게 된다.

이야기가 과하게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탓에 4회까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다소 전개가 느리다거나 주인공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영하와 성하의 경우 대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눈빛 교환과 표정 연기로 이뤄지고 대사량이 적기 때문에 다소 이야기가 느리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매력이다. 다만, 이야기가 단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래서 대체 왜 그러시는지?" 같은 의문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도 포인트. 고민시가 연기하는 성아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문을 4회에 걸쳐 쌓아두기 때문에 5회부터 8회까지 폭발하게 될 도파민이 기대되는 것도 있다.


[SC리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왜 그러는 거예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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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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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SC리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왜 그러는 거예요?
사진제공=넷플릭스
상준과 은경의 상황도 숨 막히게 진행된다. 힘들게 인수한 모텔에서 토막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 여기서 살인을 의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영하의 삶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얼마나 이 가족이 처참하게 무너지는지를 지켜보면, 살인자에게 "대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은 상준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왜 투 트랙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는 4회까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연결돼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이야기를 함께 전개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이게 그래서 윤계상이 나중에 김윤석이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을 가질 수도. 그러나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로 다른 시간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인 만큼 5회 이후 이들의 이야기를 이 같이 보여준 이유가 설명되기만을 바란다.

배우들의 연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잘 녹아들었다. 침묵과 압박감 속에서 고민시의 목을 조르게 되는 김윤석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로 고민시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꽉 막을 정도의 압박감을 준다. 그가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형성되는 것은 배우로서의 재능. 이미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력으로는 당연히 인정받은 그이지만, 감정 표현이 적은 캐릭터의 연기를 이처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바. '스위트홈'과 '밀수' 등을 통해 촘촘하게 쌓아왔던 연기력을 고민시가 어떻게 펼치게 될지도 관심이 쏟아진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단 하나, 4회까지 천천히 쌓아올린 빌드업과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어떻게 한 순간에 해소할지다. 영문을 모른 채 당하고 있는 영하의 표정만 보더라도 꽉 막힌 답답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이 전개까지 느리기 때문에 최근 빠른 템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 작품이 다소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설명이 친절하지도 않기에 더욱 "그래서 대체 왜!"를 계속 외치게 되는 것. 그렇기에 숨구멍을 5회 이후에 깔아놨다면 4회까지를 인내심 있게 지켜봐온 시청자들만 이 사이다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유일한 단점. 이 갑갑함을 2회 안으로 끊어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같은 이 불친절한 작품을 4회까지 연이어 보게 만든 것도 모완일 감독과 배우들의 능력이다. 모완일 감독은 이미 '부부의 세계'와 '미스티' 같이 후반부까지 도파민이 터지는 작품을 수없이 연출해온 연출의 장인. 그가 8부작의 드라마를 이 같이 배치해둔 이유 역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3일 넷플릭스 공개.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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