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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야만의 시대, 행복의 나라란 무엇일까. 절대 권력에 맞선 피 끓는 사람들의 외침이 무더위가 절정인 여름 극장가 더 뜨겁고 강렬하게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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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극장가에서도 무려 475만명의 관객을 극장가로 이끈 '남산의 부장들'(20, 우민호 감독)과 고사 위기에 빠진 충무로에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을 생존하게 만든 '서울의 봄'(23, 김성수 감독) 모두 70~80년대 정치 혼란의 현대사를 다루며 메가 히트를 터트린바,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 발생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박흥주 육군 대령의 이야기를 꺼낸 '행복의 나라'는 확실히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신선한 호기심을 유발해 관객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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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소재지만 조정석과 이선균 그리고 유재명으로 구성된 빈틈 없는 완벽한 열연도 '행복의 나라'의 미덕 중 하나다. 특히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들게 된 변호사 정인후 역의 조정석은 초반 권모술수적인 태도에서 박태주(이선균)를 만나면서 성장하고 각성하는 진화형 캐릭터로 변신해 '행복의 나라' 전반을 이끈다. 실존 인물인 태윤기 변호사를 비롯해 당시 재판에 참여했던 약 20여명의 변호인을 농축한 가공의 인물이지만 '생활 연기 달인'인 조정석을 만나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리얼리티로 영화 속을 활보한다. 코믹 원맨쇼 '파일럿'으로 단숨에 300만 관객을 이끌며 티켓파워를 입증한 조정석이 '파일럿'의 웃음기를 남기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갈아 끼우며 활화산 같은 열연을 쏟아내는 지점도 관객에게 충분히 보는 맛을 더한다.
'탈출'에 이어 '행복의 나라'를 통해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건넨 이선균의 잔잔한 목소리도 마음을 동요하게 한다. 불같은 조정석과 반대로 소신과 강직함으로 관객 앞에 나선 이선균.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해야만 했던 박흥주 육군 대령의 뚝심을 완벽히 표현했다. 이선균을 향해 "얼마나 좋은 배우를 잃었는지"라며 먹먹한 아쉬움을 드러낸 추창민 감독의 절절한 마음이 영화 속 엔딩에 담뿍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합수부장 전상두로 분노를 유발하는 유재명의 파격 변신도 관객의 '심박수'를 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서울의 봄' 속 전두광(황정민)만큼 영화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정인후와 박태주와 대척점에 있는 전상두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재명은 확실히 미치광이였던 황정민과는 전혀 다른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섬뜩한 전두환의 모습으로 '행복의 나라'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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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행복의 나라'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