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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난 전문 배우 하정우(46)가 돌아왔다.
특히 '하이재킹'은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 발생 다시 실존 인물인 부기장 박완규와 수습 조종사 전명세를 합친 캐릭터 태인으로 변신한 하정우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 눈길을 끈다. 하정우가 연기한 부기장 태인은 촉망받던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강제 전역 당한 이후 민간 항공사 여객기 부장이 되는 인물이다. 공중에서 납치된 여객기의 부기장이 돼 승객 모두 무사 귀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태인을 특유의 인간미와 농밀한 연기로 섬세하게 그리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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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크린 연기에 대한 고충도 고백했다. 그는 "굉장히 민망했다. 전작에서 블루스크린 연기 경험이 있지만 이번엔 비행기 고도가 급상승하고 얼굴에 힘이 들어가는 연기가 많았다. 적막한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당히 '현타'가 올 때가 많았다. 너무 민망해서 앞에 카메라 팀 말곤 다른 스태프들이 나를 쳐다보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또 짐벌 위 세트가 지어져서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있었고 비행기기 세트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고충이었다. 연기할 때도 실제로 움직이면서 촬영이 됐다. 놀이 기구 강도가 세지 않지만 흔들리는 곳에서 하루 10시간씩 촬영하다 보니 쉽지 않더라. 약간 어지러움증은 좀 있었다. 또 문을 닫고 촬영하니 겨울이었지만 너무 더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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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tvN 예능 '두발로 티켓팅'이 만들어준 인연이다. '두발로 티켓팅'을 떠나기 전 '하이재킹'의 용대 역을 누가 할지 최대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몇몇 배우들은 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두발로 티켓팅'에 여진구가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하이재킹' 제작진에 내가 자처해서 여진구에게 슬쩍 냄새를 맡고 오겠다고 자신했다. 생각해보니 여진구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약간 돌아이 같기도 하고 묵직하기도 하더라. 사실 '하이재킹'으로 같이 연기하기 전에는 아직 아가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여전히 내겐 아역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웨이트를 많이 해서인지 몸도 크고 불덩이 같더라. 이 정도면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두발로 티켓팅' 떠나는 날 공항에서 여진구에게 슬쩍 '하이재킹' 이야기를 했다. 여진구도 관심을 보이며 시나리오를 달라고 했고 곧바로 제작사에 연락해 '진구가 물었다'고 했다"고 웃었다.
이어 "'두발로 티켓팅'이 뉴질랜드에서 12일간 촬영했는데 매일 밤 여진구와 와인을 먹으면서 여진구의 사는 이야기, 여진구의 필모톡을 나누며 조금씩 파고들었다. 물론 가스라이팅은 아니었다. 독한 아이라 가스라이팅을 안 당할 아이다. 그리고 '두발로 티켓팅'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뉴질랜드 공항에서 다시 '어떻게 영화는 결정했냐?'고 물어봤다. 부담은 갖지말되 한국 돌아가면 결정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가 며칠만에 여진구에게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여진구는 '1987' 박종철 열사 연기를 보고 굉장히 강렬하게 남았다. 진구가 용대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딱 그 눈빛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진구의 눈빛으로 많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여진구와 '하이재킹'에서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모든 시나리오가 완벽할 수 없다. 그것이 때로는 촬영으로, 연기로 커버가 될 때가 있다. 태인과 용대를 비롯해 모든 캐릭터들의 충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부족한 부분을 캐릭터의 감정으로 커버하려고 했다. 진구와 나이차가 있지만 친구로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 앞에는 성동일 형이 먼저 다가와 준 부분도 있다.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장이 마련됐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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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이러한 재난 영화는 감독과의 사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좀 더 재밌어지는 데 노력하는 방법 중 하나다. 캐릭터가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것보다 근본적으로는 영화 전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서사에 어떻게 하면 녹아낼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는 편이다. 캐릭터보다 스토리에 더 신경쓰려고 하니 관객도 좋아해주는 것 같다"며 "내가 생각했을 때 재난 영화 재미는 재난 속에서 낭만인 것 같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잠깐의 쉼표를 주는 낭만을 분배해 밸런스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이재킹'의 낭만은 70년대 정취인 것 같다. 70년대 비행기 탑승에 대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승무원의 복장, 승객들의 의상 등 지금과 다른 분위기가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큰아버지가 된 소감도 이 자리에서 밝혔다. 앞서 하정우의 동생이자 소속사 대표인 김영훈 워크하우스컴퍼니 대표와 배우 황보라는 지난 2022년 11월 결혼해 지난달 아들을 얻었다.
조카가 생긴 하정우는 "얼마 전에도 조카를 보러 갔다. 지금도 태명 오덕이로 불리고 있는데 최근 이름이 정해졌더라. 조카가 생기니까 너무 신기하다. 조카를 보니 이제는 나도 결혼해서 애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50살 넘기 전에는 꼭 결혼하고 싶다"고 부러움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방송된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황보라는 오덕이 이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는데, 당시 "우리 시숙(하정우)이 오덕이 이름을 추천해줬다. 김선홍, 김치용, 김지홍, 김가람, 김대선이다. 근데 당기는 게 별로 없다"고 밝힌바, 이와 관련해 "사실 보라에게 느낌 있게 김일성이라고 하라고 했다. '이 시대의 획을 그어보자' 이런 장난을 많이 해서 아무래도 내가 추천한 이름이 탈락한 것 같다. 암만 생각해도 김일성을 이길 만한 게 없다. 둘째가 낳으면 김정은도 있다. 김일성 외에 김순신, 김종대왕, 김두한도 있었다. 내가 조카 이름으로 끝없이 장난하니까 보라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이재킹'은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등이 출연했고 김성한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