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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초여름부터 더위의 기세가 무섭다. 강원에서 벌써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대구 낮 기온은 이미 34도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날씨도 더운 가운데, 올 여름 가요계는 더 후끈한 온도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매 여름 개최됐던 걸그룹 대전이 올해도 불꽃 튀기 때문이다.
으레 여름이면 대세 걸그룹이나 솔로 여제들이 출격, '서머퀸 전쟁'을 치러 왔다. 올해도 선미, 트와이스 나연, 레드벨벳, 권은비, 스테이씨, 츄, 하이키, 볼빨간사춘기, 케플러, 위클리, 우아 등이 치열한 여름 컴백 대전에 합류한다. 이들 모두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여름 가요계를 더 뜨겁게 데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손내만' 곡들로 '자신과의 싸움'을 자초한 모양이라, 흥미를 더 자극한다.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이 뜻밖의 사태로 끌어들여, 걱정과 부담이 기분 좋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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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멤버들도 곡 작업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우기는 '아임 더 트렌드', '로스트', '라이어', '자이언트', '어린 어른', '올 나이트', 민니는 '7데이즈', '비전', '루시드', '파라다이스', '조각품', '올레디', '달리아', 미연은 '비전' 등 크레딧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물론 전문가들의 탄탄한 기획력 아래, 유명 프로듀서들이 만든 음악도 훌륭하다. 하지만 서로의 강점을 제일 잘 아는 멤버가 만들면, 그룹에 꼭 맞는 안성맞춤 음악이 돼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한 음악은 듣는 이의 귀에도 군더더기 없이 찰싹 달라붙는 모양새다. 음원과 음반 성적이 다 좋아야 1위가 가능한 음악방송에서 지금까지 67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여자)아이들 앨범을 총괄적으로 프로듀싱하는 소연은 멤버 맞춤으로 디렉팅하는 스타일이다. 과거 '누드' 녹음 과정이 담긴 콘텐츠에서도 소연이 멤버 각자 매력을 잘 살려 디렉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연은 독보적인 음색의 민니, 아름다움을 강조해 주는 미연, 허스키한 보이스의 우기, 몽환적인 매력의 슈화까지, 이들의 장점을 더더욱 부각시킨다.
이것이 (여자)아이들 음악에서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더불어 특정 멤버에 쏠리지 않고 밸런스가 균일할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또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 담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팀의 음악적 철학과 정체성을 더 물씬 느낄 수 있다. 곡에 녹여낸 의도나 방향을 제일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불렀기에 더 확신에 찼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자체제작 '걸그룹'이라 더더욱 주목할 만하다. 걸그룹이 '싱어송라이터', '자체제작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면, '여자'로 할 수 있는 음악적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만든다. 이 세상 모든 슈퍼 레이디에게 전하는 '슈퍼레이디',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풍자하는 '누드', 성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톰보이' 등이 그러하다. 여성 리스너들에게는 묘한 해방감을 선사하고, 남성 리스너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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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음악 스펙트럼이 넓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윤을 내야 하는 비즈니스로 접근하면, 처음 반응이 터진 곡과 계속 비슷하게 갈 만 하다. 그러면 성과도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을 터지만, (여자)아이들은 매번 달랐다.
청량한 밴드 사운드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가슴 웅장한 '슈퍼레이디', 펑키한 '톰보이', 과감한 곡 전개의 '오 마이 갓', 뭄바톤 트랩의 '라타타', 오페라 '카르멘' 멜로디를 차용한 '누드', 무거운 사운드의 '한(一)', 강렬한 라틴풍의 '세뇨리따', 신나는 트로피컬 사운드의 '덤디덤디', 중독성 있는 후크의 '퀸카'.
전형적인 K팝 아이돌식의 퍼포먼스성과, 이지리스닝 계열의 대중성 사이를 큰 폭으로 넘나든다. 무게감 있는 노래에는 확실히 단단하게 힘을 주고, 가볍고 신나는 스타일에는 부드럽고 느슨하게 힘을 빼면서, 완급 조절한 것이다. 아울러 (여자)아이들이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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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의 기대감 속에서 멤버들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느낄 부담감은 어떠할까. 확실한 것은 다른 여가수들과의 '서머퀸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양보할 기세 없이 다툰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들vs(여자)아이들, 자신과의 팽팽한 힘재기가 내심 두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이면에 '내손내만' 자부심이 더 알차게 차 있길. 똑부러진 주체성을 가진 (여자)아이들은 그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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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