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부패해 악취 나는 곳 떠난다"…'비밀은 없어' 고경표, 'K-직장인' 심금 울린 탄산 명대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05-14 10:34


"부패해 악취 나는 곳 떠난다"…'비밀은 없어' 고경표, 'K-직장인'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최경선 극본, 장지연 연출)가 고경표의 '맞는 말 대잔치'로 안방극장에 시원한 탄산수를 가득 뿌리며 열띤 반응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감전 사고로 혓바닥 통제가 불능해진 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만 해봤을 팩트 폭격을 대신 투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비밀은 없어'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혓바닥 헐크 송기백의 짜릿한 명대사를 짚어봤다.

먼저 뉴스 생방송 중 함께 진행하는 아나운서 이혜현(홍비라)의 남편이 그녀의 불륜을 폭로하며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콧쿠멍 짤'이라는 희대의 굴욕샷을 생성한 송기백(고경표). 이를 계기로 예능 '뛰는 형님들'까지 출연하게 된 현장에서 예기치 못하게 감전 사고를 당하며 통제불능 '혓바닥 헐크'가 됐다.

제 멋대로 튀어나오는 진심의 첫 타깃은 인기 아이돌 피엔(장원혁)이었다. 인기를 업고 한없이 건방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막 대했다. 그럼에도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피엔이 모든 협찬을 끌어오는 프로그램 주축 멤버이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기백이 감전 후 처음 맞닥뜨린 '갑질 안하무인' 피엔은 그렇게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꼬집으며 그야말로 그를 "오독오독 씹어먹은" 것. "그렇게 사람 고마운 줄 모르고 살면, 결국 사람으로 망해. 이 반드시 망할 놈아"라던 그의 불꽃 혓바닥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모두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후련한 일침이었다.

혓바닥 헐크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감전 사고를 당하기 전, 기백은 언제나 주변 동료들에게 싫은 소리 하는 법 없던 '예쓰맨'이었다. 이는 전쟁 같은 사회 생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백이 입은 사회적 갑옷이었다. 그래서 온갖 곤란한 부탁들이 기백에게로 향했는데, 특히 김상진(조한철) 팀장은 아들 직업 체험 촬영까지 시키는 등 현실 직장인들마저도 분노케 한 진상 중 진상이었다. 피엔의 일로 정오 뉴스에서 하차하게 된 날도 기백을 불러 말로는 "푹 쉬라"면서도, 이때다 싶어 귀찮은 일들을 시켰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의 진상을 꾸역꾸역 다 참아냈겠지만, 이미 고삐가 풀린 혓바닥은 제 멋대로 마음의 소리를 흩뿌렸다. 그 김에 "똥 밟으셨어요? 발 냄새 심한 거 모르세요?"라며 그동안 참기 힘들었던 상사의 발냄새도 지적했다. 할말 꾹 참아가며 오늘도 버텨내고 있는 K-직장인의 고구마 애환에 사이다를 들이 부은 대리만족 명대사였다.

시청률이 저조한 아홉시 뉴스 자리에 팬덤이 탄탄한 선배 아나운서가 내정되어 있음을 알고도 자신의 꿈을 위해 오디션에 참여했던 기백. 최선을 다해 오디션에 임하는 기백을 보며 심사위원들은 "송기백 격 떨어진다", "뉴스의 품위와 존엄성에 관심도 없으니 자진해서 이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그의 진심을 곡해했다.

하지만 기백에게 뉴스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떠들어대는 것과 달랐다. 뉴스는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는 기백이 유일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곳이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작 제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기백은 이것만큼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꿈꿔왔던 메인 앵커 오디션의 마지막 관문인 '앵커 브리핑'에서 "오늘 제가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나는 이유입니다"라며 제 발로 뉴스 데스크를 떠났다.


화끈한 사직서와 함께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도 필요할 때만 이용해먹는 김팀장을 '맞는 말 대잔치'로 녹다운시킨 건 완벽한 피날레였다. 우주(강한나)가 가르쳐준 '호심술'대로 꿈도 마음도 모두 지킨 그의 선택은 저마다의 사표를 가슴 속에 품고 출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쾌재를 불러 일으켰다.

'비밀은 없어' 매주 수, 목 저녁 8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