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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독이 말아주는 이스터에그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03-23 16:26


[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니악한 오컬트 장르로 그 어려운 1000만 지붕을 뚫었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작품으로 지난달 22일 개봉했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오컬트 호러 영화의 장벽을 넘은 '파묘'는 특히 파도파도 끝없는 해석으로 관객의 N차 관람을 유도했다. 보면 볼수록 관객의 눈 앞에 나타나는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영화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는 '파묘'가 개봉 한 달여만에 1000만 고지를 점령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기특한 치트키가 됐다.


[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묘'의 1000만 흥행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 장재현 감독은 "이 영화는 시사회를 할 때도 동료 감독들로부터 '너무 마니악하다' '손익분기점 파이팅'이라는 (호불호) 의견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니 일반 관객이 '생갭다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희망이라기보다는 관객이 그렇게 느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도 그 누구도 1000만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파묘'를 만들 때 이렇게까지 큰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마니아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1000만을 앞두고 있다니 좀 실감이 안 난다. 그저 이 영화가 '사랑을 받으면 됐지' 정도로 생각했고 요즘 제작비에 맞는 손익분기를 넘겨야 하니까 이를 넘을 수 있는 기본 흥행을 바랄 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파묘'의 흥행 원동력이 된 'N차 관람'에 대해 특히 놀랐다는 장재현 감독은 "주변을 보면 한 번 본 사람보다 여러 번 본 관객이 많더라. '파묘'를 가지고 스토리가 생산되고 나도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감독이 만든 영화를 관객이 다시 만들고 나 또한 관객의 해석을 보면서 좋은 영감을 받았다. 요즘 극장가의 바뀐 풍경이기도 하다. 최근 관객을 만났는데 '파묘' 캐릭터의 생일을 묻기도 하더라. 그 정도로 '파묘'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나도 덕분에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한 편의 영화가 가지는 가치인 것 같고 또 다른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인 것 같다. 영화가 생명력이 길어지는 게 감독으로서는 어떤 것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솔직히 전작도 정말 신경써 만들었는데 이번 '파묘'는 유독 관객이 너무 빨리 (이스터에그를) 알아내더라. 솔직히 내 성격이 변태스러운 지점도 있어서 아주 극소수의 관객 몇몇만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차 넘버, 차 색깔, 캐릭터 이름 등 너무 빨리 알려져서 놀랐다. 에스트 에그라고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서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포인트를 고심해서 만드려고 한다. 감독이 영화 속 주인공 이름 생각하는데 재수없으면 몇 달 걸린다.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이지 않나? 자식들 이름 짓는데 대충 짓지 않는 것처럼 '파묘' 속 캐릭터와 서사에 도움이 되는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스트 에그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밝히면서 관객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가장 놀랐던 부분이 오니가 언급하는 참외와 은어에 대한 해석이었다. 관객이 일본 역사를 바탕으로 해석했는데 관객의 해석을 듣고 누가 물어보면 '나도 저렇게 생각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웃었다.


[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

[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
실제로 '파묘'에서 오니(도깨비)가 영화 속 화림(김고은)을 향해 "은어와 참외를 준비했느냐?"라며 물었고 화림이 "은어를 준비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관객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다. 특히 일본에서 은어는 대중적인 음식이며 참외가 없는 일본을 두고 오니가 화림의 정체를 테스트 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보는 이들이 상당했다. 다른 해석으로는 은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참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화림의 가문을 파악하려는 오니의 의도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른 분석으로는 은어는 귀한 음식, 참외는 맛없는 과일로 비유하며 화림의 충성도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는 관객도 있었다.


이 장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오니가 은어와 참외를 달라는 말에 화림은 은어만 준다. 일본에는 참외가 없다. 일본은 모과과의 한 종류인 마쿠와가 있는데 그 단어 자체가 고어다. 사실 현대 일본어를 배운 화림이 오니의 마쿠와 단어를 듣고 해석을 못 한 것이다. 오니가 바라는 것을 다 알아듣지 못한 화림은 패닉이었고 실제 화면에 담긴 표정도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관객이 자막을 보느라 김고은의 표정 연기를 잘 못 보고 넘어가는 장면인데 자세히 보면 김고은이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고 밝혔다.


[SC이슈] "은어X참외가 충성도 테스트?"…1000만이요! '파묘' 감…
뜨거운 반응을 모은 '파묘'에 대한 감독판 개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재현 감독은 "편집된 장면 중 화림이 무당 인턴 시절 일본에 출장을 가 일본 정령을 마주하는 신이 있다. 영화 속도감 때문에 파편화 시켜 영화에 조금 담았는데 관객에겐 많이 불친절한 장면 중 하나다. '파묘'는 어떤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불친절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한 영호다. 삭제된 장면을 포함해 고민했던 신을 더 넣은 DVD 버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적 있지만 감독판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묘'의 시즌2에 대해서도 "'묘벤져스'가 워낙 연기를 잘해줬고 그래서 캐릭터도 많은 사랑 받았다. 하지만 캐릭터만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무덤이야 또 다른 곳을 파면 된다. 하지만 내겐 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서 이 캐릭터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나도 보고 싶긴 하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지난 22일 10만8890명을 동원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파묘'의 누적 관객수는 969만9897명, 1000만 돌파까지 단 30만103명을 남겨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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