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녹록하지 않았던 2023년 극장가. 곡소리 절로 났던 위기의 충무로였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내 마침내 관객의 마음속 주단을 깐 16편의 한국 영화가 청룡영화상 무대에 다시 한번 집결했다.
|
여름 극장을 뜨겁게 달군 두 편의 텐트폴 영화가 겨울 청룡영화상에서 다시 한번 맞불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바로 경합의 주인공은 올해 청룡영화상 11개 부문 최다 후보로 이름을 올린 류승완 감독의 '밀수'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먼저 '밀수'는 올해 여름 텐트폴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 7월 26일 개봉했다. 여름 시즌에 걸맞은 시원한 감성과 밀수판을 소재로 한 신선한 스토리, 김혜수·염정아를 주축으로 한 짜릿한 워맨스, 통쾌함으로 승부하는 류승완 표 액션 등 완벽한 균형을 이룬 완성형 블록버스터로 관객을 사로잡은 것. 개봉 당시 514만명을 동원, 여름 텐트폴 작품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밀수'는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지상 최대의 난제보다 더 선택하기 어려운 순간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법. 하물며 한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진득한 앙상블을 완성한 배우들은 오죽할까. 올해 청룡영화상은 멀티캐스팅으로 구성된 블록버스터가 주요 부문을 차지하면서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남우상까지 4개 부문에서 한 작품 두 배우가 동시에 후보로 선정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 멀티캐스팅의 좋은 예로 떠오른 '밀수'의 김혜수와 염정아는 여우주연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비단 여우주연상뿐만 아니라 '밀수'는 박정민, 조인성이 동시에 남우조연상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밀수'에서 날 선 신경전을 펼친 두 사람이 청룡영화상에서 다시 만나 '밀수'의 두 번째 집안싸움을 장식하게 됐다.
좌청룡 우백호와 같은 '거미집'의 전여빈, 정수정도 여우조연상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거미집'에서 상극 케미로 티키타카를 보인 전여빈과 정수정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에서도 맞불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신인남우상 역시 '귀공자'의 강태주와 김선호가 동시에 후보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인 만큼 강태주, 김선호의 불꽃 튀는 경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청룡의 여신' 김혜수는 1993년 청룡영화상 MC를 시작으로 1998년(심혜진 사회)을 제외, 오늘(24일) 열리는 제44회 청룡영화상까지 무려 30번째 진행을 맡게 됐다. 이는 청룡영화상 역대 최장 진행 기록으로 청룡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된 것. 남성 MC 중심이었던 과거 시상식들 사이에서 남다른 장악력의 카리스마로 시상식을 이끈 김혜수는 진행자로서 품격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진정성, 영화인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청룡영화상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런 김혜수가 올해 30회 청룡영화상 진행을 끝으로 왕관을 내려놓게 됐다.
김혜수는 "올해로 청룡영화상과 함께한 지 30회가 됐다. 청룡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은 영화인으로서 기쁨이자 영광이었다. 우리 영화를 향한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시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올해도 한국 영화와 함께 울고 웃은 관객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시상식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