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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위기가 계속됐던 올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장을 끝까지 지켰던 최고의 화제작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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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청룡영화상 첫 번째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이다.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그 시대의 독특한 조건과, 시대를 막론하고 창작자로서 감독이 직면하는 여러 악조건을 배경으로 개성과 욕망의 앙상블을 그린 '거미집'은 인생이 그러하듯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의도와 서로 다른 목적이 부딪힐 때 나오는 드라마를 통해 인간사의 희비극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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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흥행 판을 쥐고 흔들었던 '밀수' 역시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밀수'는 7월 말 개봉해 5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극장 흥행 주단을 깔았다.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를 모티브로 한 '밀수'는 독특한 방식의 해양 밀수 세계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의 밀수 범죄극과 전혀 다른 매력을 전했다. 한국 액션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중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여름 극장가를 시원하고 짜릿하게 달궜다. 뿐만 아니라 70년대 바이브를 완벽하게 재현한 '밀수'의 OST는 젊은 관객은 물론 중장년층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관객에게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까지 더했다. 관객의 오감을 만족하게 한 '밀수'는 진정한 텐트폴 무비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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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맹증이 선사한 섬뜩한 서스펜스 스릴러 '올빼미'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을 소재로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미스터리를 더해 지금껏 본 적 없는 한국형 서스펜스 스릴러를 완성한 '올빼미'도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네 번째 후보로 빛을 냈다.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올빼미'. 인조실록에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라는 소현세자의 실제 기록에서 출발해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라는 픽션을 가미해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팩션 사극이다. 참신한 소재와 스릴러 사이의 균형을 이어가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 '올빼미'는 지난해 11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입소문을 얻으면서 비수기 극장임에도 322만명을 동원, 흥행의 단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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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마지막 후보는 한국형 재난물의 신기원을 연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중 2부인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해 영화화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밀수'에 이어 올여름 텐트폴 라인업 중 네 번째 순서로 출격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호불호가 큰 디스토피아 장르임에도 리스크를 극복, 녹록하지 않았던 여름 극장에 38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주도했다. 생존이 걸린 극한의 상황 속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원초적이면서 현실적이고 또한 예리한 공감대를 선사,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탄생을 알렸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