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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0년 전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 한 신성(新星)으로 등장한 배우 김고은(31)이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는 누구나 믿고 보게 만드는 거목(巨木)이 됐다.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흥행작을 정확히 짚어내는 선구안을 가진 베테랑 김고은이 올해 세 번째 과녁을 향해 팽팽한 활시위를 당겼고 믿음의 '퍼펙트 텐'을 정조준했다.
'영웅'은 세대를 아우르는 충무로 실력파 배우들이 가세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과시한 김고은이 독립군 정보원 설희로 변신해 '영웅'의 서사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로 명성황후가 일본군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한 뒤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군의 정보원이 될 것을 자처하는 캐릭터 설희. 신분을 숨긴 채 일본인으로 위장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 뒤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들은 정보를 타전하는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캐릭터를 위해 일본어 레슨을 받으며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폭넓은 표현력으로 설희의 다층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하는 탁월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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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윤제균 감독이 어디에서 내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소문을 들었는지 바로 내게 이 작품을 제의하더라. 작품을 하게 되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이 나를 믿어주고 신뢰해줬다. 현장에서 라이브에 대한 의사가 컸지만 막상 라이브를 해보니 너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나와 동시에 윤제균 감독도 느낀 것 같았다. 나와 윤제균 감독이 서로 '이 어려운 작업을 잘해보자'라며 의지와 결의를 다졌다"고 웃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불모지로 통했던 뮤지컬 장르. 하지만 김고은은 달랐다. 그는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 해외 뮤지컬 영화는 거의 본 편이다. 뮤지컬 영화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만든 뮤지컬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요즘에 종종 나오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고 뮤지컬 장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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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 김고은은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 스스로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감정도 잘 표현하고 싶고 그걸 잘 담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다. 초반에는 특히 노하우가 없어서 막막했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스스로의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다행인 것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웅' 첫 촬영이 기모노를 입고 연못 앞에서 짧게 노래를 부르는 신이었다. 그때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일부러 뒤의 장면 부분까지 노래를 다 불렀다. 감정을 느끼면서 끝까지 노래를 불러봤을 때 잘 안된다는 걸 느끼고 이후에 연습을 훨씬 더 많이 하려고 했다. 개인 연습실을 대관해 감성을 내면서 노래하는 연습을 하려고 했다. 스트레스가 나에게는 연습을 더 많이 하게 해준 좋은 영향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영웅'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정성화는 "김고은은 뮤지컬 무대로 데려오고 싶을 정도로 잘했다. 노래에 감정을 잘 싣는 재주가 있다. 뮤지컬 배우들도 연습하는 부분인데 김고은이 너무 잘해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걱정, 우려와 달리 완벽하게 뮤지컬 연기를 소화한 김고은은 "정성화 선배는 항상 칭찬이 베이스에 깔린 사람이다. 모두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고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준다. 나를 응원하고자 한 말이었던 것 같다. 정말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꼈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야인 것 같다. 너무 많은 훈련과 자신의 절제가 크게 필요한 부분이다. 하루하루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노래를 한다는 게 상상도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일 것 같다. 나는 그냥 지금이 참 행복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본격 뮤지컬 데뷔 욕심에 대해서는 "그런 욕심과 생각은 없다. 좋아했던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초연한다고 했고 배우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영웅' 촬영이 끝난 뒤였던 것 같다. 사람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나? 그새 그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잊고 다시 또 연기하고 싶어서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다. 막상 오디션 때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다시 한번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내가 너무 떨면서 노래하니까 오디션 담당자가 한 번 더 부르라고 기회도 줬는데 오히려 그 기회에 긴장감이 높아져 더욱 떨면서 불었던 것 같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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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가세했고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