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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고통이었던 뮤지컬, 망각하고 또 도전"…김고은, '유미'→'아씨들'→'영웅'으로 화룡점정(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12-09 11:47 | 최종수정 2022-12-09 14:3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0년 전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 한 신성(新星)으로 등장한 배우 김고은(31)이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는 누구나 믿고 보게 만드는 거목(巨木)이 됐다.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흥행작을 정확히 짚어내는 선구안을 가진 베테랑 김고은이 올해 세 번째 과녁을 향해 팽팽한 활시위를 당겼고 믿음의 '퍼펙트 텐'을 정조준했다.

한국 영화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 JK필름 제작)에서 적진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일본의 정보를 빼내는 독립군 정보원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 그가 9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웅'을 선택한 이유부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녹록하지 않았던 과정을 모두 털어놨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전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위인이자 아들, 남편,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안중근 의사의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담은 올해 마지막 극장가 화제작이다. '해운대'(09)를 통해 1132만명, '국제시장'(14)으로 14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감독 최초 '쌍천만 흥행 대기록'을 세운 윤제균 감독의 8년 신작이고 또 그의 첫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많은 관심을 끈 '영웅'. 한국 영화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 의미를 더한 '영웅'은 뮤지컬 대표 넘버들의 전율은 물론 무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볼거리와 감동을 예고했다. 여기에 한국과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 제작까지 규모감 있는 볼거리로 113년의 세월을 거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재현해 기대를 모은다.

'영웅'은 세대를 아우르는 충무로 실력파 배우들이 가세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과시한 김고은이 독립군 정보원 설희로 변신해 '영웅'의 서사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로 명성황후가 일본군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한 뒤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군의 정보원이 될 것을 자처하는 캐릭터 설희. 신분을 숨긴 채 일본인으로 위장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 뒤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들은 정보를 타전하는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캐릭터를 위해 일본어 레슨을 받으며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폭넓은 표현력으로 설희의 다층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하는 탁월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이날 김고은은 "처음 윤제균 감독으로부터 '영웅' 제의받았을 때 상상이 잘 안됐다.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그려낼지 잘 상상이 안 갔던 것 같다. 그래서 곧바로 뮤지컬 '영웅'을 보러 갔다. 뮤지컬을 보고 난 뒤 다시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림이 좀 더 그려지더라"며 "'영웅'은 뮤지컬을 봤을 때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벅차올랐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느낄 지점이 있었다. 그 당시 시대극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시대극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커 '영웅'을 선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웅'은 우리의 역사를 훨씬 더 잘 전달하는, 가깝게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 '영웅'의 장점은 안중근 의사나 독립군들이 의인이었기 때문에 의인이 된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다. 우리와 다를 바 없었던 사람이고 나라를 잃은 젊은 청년들이 희생을 앞두고 똑같이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적인 인물들이 매력적이었다"고 매료된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는 "윤제균 감독이 어디에서 내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소문을 들었는지 바로 내게 이 작품을 제의하더라. 작품을 하게 되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이 나를 믿어주고 신뢰해줬다. 현장에서 라이브에 대한 의사가 컸지만 막상 라이브를 해보니 너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나와 동시에 윤제균 감독도 느낀 것 같았다. 나와 윤제균 감독이 서로 '이 어려운 작업을 잘해보자'라며 의지와 결의를 다졌다"고 웃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불모지로 통했던 뮤지컬 장르. 하지만 김고은은 달랐다. 그는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 해외 뮤지컬 영화는 거의 본 편이다. 뮤지컬 영화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만든 뮤지컬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요즘에 종종 나오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고 뮤지컬 장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했다.



첫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 김고은은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 스스로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감정도 잘 표현하고 싶고 그걸 잘 담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다. 초반에는 특히 노하우가 없어서 막막했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스스로의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다행인 것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웅' 첫 촬영이 기모노를 입고 연못 앞에서 짧게 노래를 부르는 신이었다. 그때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일부러 뒤의 장면 부분까지 노래를 다 불렀다. 감정을 느끼면서 끝까지 노래를 불러봤을 때 잘 안된다는 걸 느끼고 이후에 연습을 훨씬 더 많이 하려고 했다. 개인 연습실을 대관해 감성을 내면서 노래하는 연습을 하려고 했다. 스트레스가 나에게는 연습을 더 많이 하게 해준 좋은 영향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영웅'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정성화는 "김고은은 뮤지컬 무대로 데려오고 싶을 정도로 잘했다. 노래에 감정을 잘 싣는 재주가 있다. 뮤지컬 배우들도 연습하는 부분인데 김고은이 너무 잘해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걱정, 우려와 달리 완벽하게 뮤지컬 연기를 소화한 김고은은 "정성화 선배는 항상 칭찬이 베이스에 깔린 사람이다. 모두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고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준다. 나를 응원하고자 한 말이었던 것 같다. 정말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꼈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야인 것 같다. 너무 많은 훈련과 자신의 절제가 크게 필요한 부분이다. 하루하루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노래를 한다는 게 상상도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일 것 같다. 나는 그냥 지금이 참 행복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본격 뮤지컬 데뷔 욕심에 대해서는 "그런 욕심과 생각은 없다. 좋아했던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초연한다고 했고 배우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영웅' 촬영이 끝난 뒤였던 것 같다. 사람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나? 그새 그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잊고 다시 또 연기하고 싶어서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다. 막상 오디션 때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다시 한번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내가 너무 떨면서 노래하니까 오디션 담당자가 한 번 더 부르라고 기회도 줬는데 오히려 그 기회에 긴장감이 높아져 더욱 떨면서 불었던 것 같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밝혔다.


전설의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10학번'이기도 한 김고은. '영웅' 촬영에 앞서 대학 동기였던 뮤지컬 배우 출신 김성철, 이상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김고은은 "김성철, 이상이는 이 작품을 하기까지 내가 제일 괴롭혔던 친구들이었다. '영웅' 촬영 전 연습 당시 '제발 한 번만 내 연기를 봐달라'며 울고 빌었다. 신세 한탄도 했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 연기를 했고 훈련도 됐다 생각했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도 했는데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두 사람 앞에서 내 연기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퇴보됐어?'라고 하더라. 두 사람의 직언에 소리를 내는 법을 알려달라며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역시 '나라 사랑 동기 사랑'인 것 같다"고 마음을 전했다.


최근 '유미의 세포들' '작은 아씨들'을 통해 '몰 오른 연기'를 선보인 김고은은 "데뷔할 때 '은교'(12, 정지우 감독)로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고 정확히 10년 뒤인 올해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유미의 세포들'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었다. 22년 한 해에 두 편의 드라마가 모두 사랑을 받은 것도 너무 감사하고 시기적으로 밀렸지만 '영웅'까지 세 작품을 한 해에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 올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기도 했지만 행복하게 바빴다는 기억이 있다. 내년에는 또 열심히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작품에 임하고 싶다. 특히 '영웅'은 가장 어렵고 노력했던 지점이었던 노래를 하면서 감정 전달하는 연기가 관객에게 잘 와닿길 바란다. 그런 부분에서 칭찬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웅'은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가세했고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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