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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하 연매살)가 첫 회부터 시청률 최고 5.2%를 기록했다. 특히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등장한 조여정은 담당 매니저 서현우와 함께 40대 여배우의 고민을 슬기롭게 극복해 눈길을 끌었다.
그 안에서도 메쏘드 엔터 매니저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명문대 출신의 재벌가 사위, 얼굴 잘생겨, 능력도 좋은, 즉 없는 것 없이 다 갖춘 야망의 아이콘 마태오(이서진) 이사는 회사의 실세답게 냉철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위기 속에서도 타고난 전략가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반면 매니저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넘쳐나는 승부욕의 화신 천제인(곽선영) 팀장은 불꽃 카리스마로 화면을 불태웠다. 회사로 들어오는 대본은 전부 다 가져가서 보고, 소속 배우들을 어디에 '꽂아야' 할지 눈에 불을 켜는 그녀는 '열정의 의인화'였다.
'의리 빼면 시체'인 또 다른 팀장 매니저 김중돈(서현우)은 순두부처럼 말랑말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멘탈이 깨지기도 하지만, 견줄 이가 없는 배우를 향한 따뜻한 애정은 가슴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여기에 사회 초년생 소현주(주현영)가 신입으로 입사, 처음이라 대형 사고를 쳤지만, 천팀장이 원했던 대본을 입수하는 기지로 극복하는 활약을 이어 나갔다. 게다가 마태오 이사에게 "우리 관계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등, 두 사람이 심상치 않은 사이임이 암시되면서 궁금증 또한 증폭시켰다.
그런데 미국 에이전시로부터 돌연 캐스팅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대 주인공을 소화하기엔 조여정이 너무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배우에게 특히 나이가 많다는 얘기는 금기어. 유리잔 같은 여배우의 자존심을 깨지지 않게 지켜줘야 하는 매니저 중돈의 얼굴엔 짙은 다크 서클이 내려앉았다.
최대한 상처 주지 않고 이 날벼락을 전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오해도 커져만 갔다. 중돈과 연락이 되지 않아 회사를 직접 찾아온 여정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현주에게서 별안간 "힘내세요. 나이가 많다고 배우님을 거절하다니"라는 위로(?)를 받은 것.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이 소식을 알게 된 여정은 뻔히 보이는 중돈의 거짓말에 "너랑은 이제 끝"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회사 간판 배우의 재계약 불발은 메쏘드 엔터를 뒤집어 놨다. 더군다나 태오가 여정과 함께 따로 회사를 차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가 타란티노 작품의 서울 촬영 허가 건을 놓고 에이전시와 협상, 여정의 캐스팅을 되돌린 것. 다만 여정이 어려 보이기 위한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 각오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던 여정. 막상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세월을 실감했다. 하지만 피부과 거울에 비친 자신과 마주한 여정은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기로 결심하고는 시술과 타란티노의 작품을 포기했다. 중돈에게 그런 여정은 "100살 돼서 주름이 자글자글 할 때까지도 함께 할 최고의 배우"였다. 그 진심과 의리를 확인한 두 사람이 함께 탄 오토바이는 하늘에 뜬 달로 향했다. 영화 'ET'의 세기의 명장면을 오마주한 이 마법 같은 장면은 가슴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
한편, 오랜만에 휴가를 떠난 대표 왕태자(이황의)가 브라질 현지에서 사망했다는 충격 엔딩이 메쏘드 엔터에 불어 닥칠 칼바람을 예고하면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불어넣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