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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게은기자] 방송인 서정희가 어머니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혼 후 정신과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1년 6개월 동안 받았다는 서정희는 "치료받을 때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면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트라우마 치료 교수님은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들어주며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이제 살지 말라'고 안아주고, '혼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전했다.
그렇게 애쓴 서정희였지만 당시 정신적인 고통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그는 "아마 그때 엄마가 곁에 없었더라면 나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멀리 떠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다. 교회 다니는 크리스천인데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님을 부르며 울기만 했다. 하지만 내 곁엔 우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기도해 주는 엄마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서정희는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마쳤다.
다음은 서정희 글 전문
올해 83세 울 엄마. 엄마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엘리베이터 사건' 직후 두 달여 미국 생활을 하고 귀국해 오피스텔로 입주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오피스텔은 작은 공간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구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그저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쉰 살의 여자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혼 후 정신과 트라우마 치료를 1년 6개월 동안 받았다. 치료받을 때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면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트라우마 치료 교수님은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들어주며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이제 살지 말라"고 안아주고, "혼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
그런데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마 그때 엄마가 곁에 없었더라면 나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멀리 떠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다. 교회 다니는 크리스천인데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님을 부르며 울기만 했다. 하지만 내 곁엔 우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기도해 주는 엄마가 있었다.
어린 시절 주한미군 부대에 식당 일을 하러 가신 엄마를 기다렸다. 외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었고, 그나마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였기 때문이다.
서른 살이 안 된 젊은 엄마가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아이 넷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오피스텔 작은 공간에서 엄마와 둘이 부대끼며 정이 들었다.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졌고 서로 몰랐던 것을 알아 갔다.
나와 아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닮은 점이 있었다. 엄마도 청소를 좋아하고, 초저녁 잠이 많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었다. 자식한테 목숨을 거는 것도 닮은 점 중 하나다. 그렇게 나도 엄마를 닮아 가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내 가족만 돌보며 살아가는 동안 엄마는 이렇게 인생을 살았구나.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다시 내 곁에서 버팀목이 돼주고 있구나. 고마운 엄마…."
이혼하고 7년 동안 엄마와 살았다. 엄마를 좋아하게 됐다. 또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요즘 어릴 적 부리지 못한 어리광을 부리는 중이다.
엄마는 수시로 철부지 늙은 딸에게 밥을 짓는다. 영양 많은 건강식을 챙겨주면서 기뻐한다. 아픈 딸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하는 눈치다. 엄마 덕에 상처 난 마음이 조금씩 아물고 있다.
요즘 엄마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인제 그만 살아야지. 살 만큼 살았어. 너도 보란 듯이 잘 사니 이제 여한이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홍삼과 영양제를 계속 드시고 있다. 매주 나와 수영장도 간다. 어제는 병원에 들러 비타민D 주사도 맞고 오셨다.
"엄마. 그만 산다며?" 그러면 민망한지 웃으신다. 그런 엄마가 나는 좋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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