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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독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틴 극장가가 우여곡절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화려한 복귀를 꿈꿨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OTT 플랫폼의 확장부터 티켓값 인상, 신선한 콘텐츠의 부재 등이 발목을 잡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올해 여름 극장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팬데믹 이전, 1000만 대기록을 터트리는 광풍은 없었던 것. 올여름 첫 주자였던 '외계+인'은 역대급 호불호로 153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세 번째 여름 대작이었던 '비상선언' 역시 예상치 못한 역바이럴 논란에 휩싸이면서 204만명을 끝으로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두 번째 여름 개봉작인 '한산'만이 겨우 707만 관객을 동원, 올여름 최고의 흥행 스코어를 세웠고 '오징어 게임' 버프를 받은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 '헌트'도 388만 관객을 동원하며 알짜 흥행을 쟁취했지만 아쉽게도 엔데믹 첫 여름 대전은 1000만 축포가 터지지 않았다.
가을 극장가 가뭄은 더욱 심각했다. 예상보다 한산했던 여름 극장가에 잔뜩 겁을 먹은 국내 대작들이 다시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서며 개봉을 연달아 연기했고 유일한 신작이었던 액션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 이석훈 감독, JK필름 제작)만 홀로 추석 극장을 독점하게 되면서 예상 밖의 수혜를 얻었다. 여름 시즌에 이어지는 국내 대표적인 흥행 테이블인 추석 극장에 분골쇄신한 '공조2'는 지난달 7일부터 10월까지 장기 집권하며 662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오래 묵힌 신작부터 반복되는 장르 복사 등이 올해 가을 극장 실패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양한 OTT 플랫폼으로 편리함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사로잡을 매력이 부족하다. 팬데믹 전보다 더 신선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여야 관객이 움직이는데 현재 극장가는 말 그대로 신박함이 사라졌다.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는 작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OTT 콘텐츠와 경쟁에서 패배한 셈이다"고 전했다.
더불어 "극장 티켓값 인상도 극장 쇠퇴의 큰 영향을 작용하고 있다. 영화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부재한 상황에서 티켓값만 계속 상승하고 있어 관객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결국 인상된 티켓값으로 다양한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관객은 고민 끝에 선택한 단 한 편의 작품으로 시즌 전체 개봉작의 분위기를 판단하게 되고 소극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로 인해 타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더욱 심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극장이 결국 영화를 죽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팬데믹 극장에 비하면 현재 극장은 정상화를 되찾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완벽한 정상화라고 말하기엔 힘들다. 힘든 여름, 가을 극장의 여파가 겨울 극장까지 이어질 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내년 극장은 올해보다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