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 게임사들, 블록체인-NFT-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진심'인 이유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2-02-17 15:12 | 최종수정 2022-02-18 06:00


'탈중앙화 비대면 사회, 그 준비 현황은?'

상황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부정적 시각과 논란도 여전하다. 하지만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비대면 사회를 만들고 유지시킬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상현실) 등의 기술과 트렌드가 바로 그 것이다. 가상 공간의 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암호화폐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도 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글로벌 ICT기업들이 일제히 이 행렬에 동참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게임산업이다. '리니지'와 같은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역할 수행게임)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렸고,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장르일 정도로 한국 게임사들은 가상 세계를 만드는데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집중하는 분야는 조금씩 다르고, 필요성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게임사나 정부가 아닌 유저들이 중심이 되는 탈중앙화된 사회, 그리고 이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홀더가 되기 위한 목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P2E 게임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준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

네오위즈의 자회사가 구축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마라'


이 길 밖에 없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회사는 위메이드와 네오위즈(홀딩스)이다.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1세대 게임사이지만,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른바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사의 질주 그리고 신흥 강자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의 급부상 속에서 최근 수년간 경쟁력을 잃고 존재감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심지어 위메이드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에 허덕이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할만큼 심각했다. 말 그대로 '절박함' 속에서 던진 승부수인 셈이다.

이 가운데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 그리고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으로 P2E(돈을 버는 게임)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며 가장 먼저 수혜를 입고 있다. 이달 초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역시 지난해 9월 무상 증자를 한 것을 기준으로, 주가가 최고 4배 이상 폭등하며 시가총액도 코스닥 6위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실적에 위믹스를 시장에 내다 팔았던 유동화 매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주가가 최대 36%까지 떨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6일 온라인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체 보유 위믹스의 정기적인 소각과 함께 투명한 정보 공개, 위믹스 생태계에 올해 국내외 100개 가까운 신작들의 탑재 등 선도적인 플랫폼 홀더라는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역설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어쨌든 위메이드의 사례는 국내에선 사행성 우려로 아직 P2E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에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어야 할지,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공시나 자체 보유 코인의 유동화 등까지 많은 화두를 던진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락한 네오위즈 역시 블록체인에서 경쟁력 부활을 찾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메타라마'를 상반기 내 구축하고 NFT 2.0 기반으로 보유자 주축의 생태계 유지, 자체 토큰 발행, 다양한 P2E 게임 출시 등을 공개한 상황이다. 위메이드가 다소 거부감이 있는 P2E 대신 P&E(플레이도 하고 돈도 버는) 게임이라는 용어를 내세우고 있는데, 네오위즈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메타보라'를 비롯한 보라 플랫폼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컴투스그룹이 구축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넷마블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메타버스 게임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시너지 효과 내겠다

지난해 연간 최고 실적을 거둔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며 게임 대장주로 떠오른 크래프톤,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 선행 투자로 이슈 선점에 성공한 컴투스그룹, 장고를 거듭하며 준비한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게임과 메타버스 생태계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넷마블 등은 자신들이 가진 '엣지'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계열사인 프렌즈게임즈를 아예 자체 코인 '보라'의 이름을 얹어 메타보라로 변경하고, 블록체인을 접목한 P2E 게임, 팬덤 및 스포츠 분야 콘텐츠를 활용한 NFT 신사업 등을 전개한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회사들과의 협업 능력이 뛰어난데다, 카카오 그룹의 근간을 이뤘던 한게임 멤버인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남궁훈 대표, 정 욱 메타보라 대표 등이 다시 한데 뭉치게 되면서 카카오가 가진 클레이튼 플랫폼과의 접목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크래프톤은 NFT와 웹 3.0, 가상인간 등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상황이다. 연매출 2조원 문턱까지 다가서며 대형 게임사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라 새로운 IP 출시는 물론 신기술에서 답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서울옥션블루 등에 지분을 투자, 보유중인 게임 IP를 활용해 향후 메타버스 세계 등에 적용될 수 있는 NFT 아바타 제작 및 판매 등에 대한 협업을 진행중이다.

컴투스그룹은 기존 IP의 P2E 게임화, 콘텐츠 제작 계열사 위지윅스튜디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 등을 활용한 '컴투버스'라는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자체 발행하는 C2X 코인 등을 활용한 종합 플랫폼 구축에 올인을 한 상태다. 지주사인 컴투스홀딩스(전 게임빌) 역시 3만원대 불과했던 주가가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급등, 올해 초 8배 급등한 24만원을 넘기도 하며 위메이드와 마찬가지로 큰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넷마블은 메타버스와 P2E를 접목한 '모두의마블: 메타월드'를 필두로 본격 참전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활용될 '넷마블코인'도 발행한다. 넷마블은 경쟁 회사의 IP를 가져와 모바일에 최적화시킨 게임으로 많은 성공을 거둔 기술력이 있기에, 이를 P2E 게임에서도 얼만큼 잘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넥슨이 오는 3월 24일 출시 예정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동참은 하겠지만…

반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경쟁사들에 비해선 미온적이다. 여전히 국내외에서 서비스중인 게임들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사로서, 아직 국내에선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P2E나 블록체인 게임 등의 사업 전개에 대한 부담감도 기저에 깔려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최근 두 회사 지분을 연달아 일부 인수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음악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궁극적으로 메타버스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면서도, 일단 게임 밸런스와 안정성을 흔들 위험이 있는 P2E 접목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대신 게임 내 재화 가치의 객관화와 보존 그리고 향후 교환을 가능케 하는 NFT는 '리니지W'를 시작으로 적극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넥슨은 지주사 NXC가 코빗과 비트스탬프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1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공시하는 등 관심은 여전하지만 '프로젝트 MOD'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는 정도로 아직 가시적인 사업 참여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올해는 3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시작으로 그동안 뜸했던 기대작들을 자체 혹은 계열사를 통해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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