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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 게임의 가능성을 열었던 위메이드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냉대를 받았다.
신뢰가 우선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9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1년 매출 5607억원, 영업이익 3528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무려 344.1% 오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도 적자에서 탈피해 63%라는 엄청난 이익률을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미르4' 글로벌 버전 출시를 통해 P2E 게임의 잠재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MMORPG 사상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물론 연일 서버를 증설해야 할 정도로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국내에선 사행성 문제로 아직 서비스가 되지 못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내재된 확실한 수요를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먼저 나서서 증명해낸 것이다. 주가는 당연히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9월 13일 1주당 1주씩 무상증자를 단행, 당일 종가 5만 9000원에서 다시 출발했지만 11월 22일 장중가 기준 24만 5700원이라는 최고가를 찍으며 주가가 4배 넘게 폭등할 정도로 과열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매출의 40%. 그리고 영업이익의 64%인 2254억원이 지난해 4분기 위믹스의 유동화 매출액이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자 '꼼수'로까지 받아들여진 것이다. 물론 위믹스의 가치 상승은 '미르4'의 성공에 기인한다. 또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P2E 게임의 가능성을 국내 업계 중 가장 먼저 개척한 위메이드의 노력에 응분하는 대가라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올해에만 100개 가까운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 시키겠다는 청사진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상황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법적인 문제에 앞서 투자자들과의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식으로 보면 위믹스가 일종의 자사주이기에 이를 유동화 시켜 실적을 개선하고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에 활용하는 등 기업의 경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선 자사주 매각이나 소각 등 가격을 좌우할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법의 테두리에 완전히 편입된 것이 아니기에 일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위메이드는 위믹스의 가격 변동을 촉발할 주요 내용을 공시처럼 실시간으로 공유할 것이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소각 등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위메이드로선 위믹스 유동화를 통한 매출이 아닌 자체 게임의 수익, 위믹스 플랫폼의 선순환을 통한 수익과 위믹스의 가치 동반 상승 등 투자자들이 인정할만한 실적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면교사로 삼겠다
결국 향후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활용할 많은 게임사들에겐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 이전에라도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큰 화두를 떠안게 됐다. 이번처럼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동시에 받지 못할 경우 주가와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2배 이상의 상승 기회와 하락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해외 계열사를 통해 자체 코인 C2X를 이미 발행한 컴투스홀딩스는 위메이드 발(發) 악재를 그대로 받으며 10일 주가가 전날보다 15.69%나 추락했지만, 11일 호실적을 발표하며 하락폭을 하루만에 거의 만회했다. 컴투스홀딩스는 '컴투버스'라는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과 여기에 C2X 코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 위메이드와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리고 C2X를 해외 거래소를 통해 상장하더라도 이를 유동화시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공식화 한 상황이다.
자체 코인 '보라'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8일 블록체인 프로젝트 '보라 2.0' 로드맵 발표를 통해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의 사명을 메타보라로 변경하며 향후 블록체인을 접목한 P2E 게임, 팬덤 및 스포츠 분야 콘텐츠를 활용한 NFT 신사업 등을 공개했다. 역시 이날 발표에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돈을 버는 게임이 아닌, 게임의 재미가 우선적이고 토큰 이코노미가 이를 강화시킬 수 있느냐, 그리고 게임사가 가지고 있던 게임 내 자산의 소유권을 얼마나 유저들에게 넘겨주느냐 등 P2E 게임의 본질에 대한 부분만 강조했다.
'넷마블코인'을 발행할 예정인 넷마블 권영식 대표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코인 발행 후 중앙화된 거래소가 아닌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교환 가능한 형태로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며 자체 코인의 활용 방안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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