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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손예진의 등판이 다가온다. JTBC 새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 연출 김상호)이 오는 16일 첫 전파를 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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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엔 '돌아온 스타'들이 유독 많았다. 지난 10년간 여배우 선두주자군을 굳건히 지키던 배우들이 줄줄이 돌아왔고, 줄줄이 시청률 고배를 마셨다. 고현정 이영애 임수정 송혜교 전지현까지. 현재 방송 중인 '공작도시'의 수애 또한 마라맛 연기에 비해 시청률 대박은 아니다. 3%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 이중 전지현은 김은희 작가와 만난 최고 기대작 '지리산'으로 업계 기대를 모았으나, 시청률 7%에서 9%대를 오가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현정이나 임수정 또한 3%대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더욱이 그사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MBC 최대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세영이 대표주자. '그 해 우리는'의 김다미나 티빙과 tvN '해피니스'의 한효주나 웨이브와 MBC 방송되는 '트레이서'의 고아성도 이번에 '탁월한 선구안'을 입증했다.
그런 의미에서 손예진의 이번 등판은 앞선 톱스타들의 연패 고리를 끊어낼 '마지막 희망카드'라 할 수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랑의 불시착' 등에서 보여준 막강 흥행 파워가 이번에도 발휘될지 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인기있는 20대~30대 초반 여배우들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반짝 인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기본기를 쌓은 이세영 등은 멜로물에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거침없이 도전한다"며 "또래 배우들 중 손예진은 유독 신인감독이나 스릴러 액션 등을 넘나들며 자신의 벽을 스스로 ?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유연함이 이번에도 흥행 지수를 높게 예측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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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 차기작 선택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이럴 경우 대부분의 배우들은 흥행이 보장된 작품을 고른다. 주위 평을 더욱 신경쓰게 되고 위험을 무릅쓸 배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예진은 달랐다. 보란듯이 허를 찔렀다. 멜로퀸으로 사랑받는데, 갑자기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거친 액션 연기를 하는가 하면 '비밀은 없다'처럼 웬만하면 손이 안갈 '쎈깨'를 선택했던 배짱이 어디가랴.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다. 자극적인 흥행 코드 없고, 사이즈도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멀다. 김상호 PD 또한 '런 온'에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세상이 깜짝 놀랄 흥행 PD는 아니다.
그런데 다시 뒤집어 찬찬히 살펴보면, 이번 선택은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안정적이다. 역시 상당히 영리한 배우답다.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은 극과 극을 달린다. 피범벅 'K좀비'나 한 회에 주인공이 두번 기억을 읽는 막장('신사와 아가씨')이 아닐 바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줘야 한다. 코로나19로 세상도 흉흉한데, 죽여주는 통쾌감이나 스릴, 치정극이 아니라면 힐링이 되는 섬세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한다. 광고시장을 움직인다는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그 해 우리는'의 높은 화제성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열여덟 살에 처음 만나 2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는 서른아홉 살 세 여자의 이야기는 요즘 트렌드에 200% 맞는 기획.
또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손예진이 '디테일 연기의 장인'이란 점이다. 극중 새로운 만남과 도전 그리고 이별과 마주하는 등 기쁨과 슬픔, 분노와 회한으로 점철될 서른아홉의 삶을 표현하는 데 손예진만큼 적역은 없으리란 평가다.
전작 '남자친구'에서 캐릭터 구축에 강한 힘을 보여줬던 유영아 작가와의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된다.
하긴 반달 모양 눈웃음이나 울때 눈 위가 빨개지는 그녀의 매력 앞에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터. 예고편만 봐도 손예진의 필살기가 쉴새없이 펼쳐지는 '서른, 아홉'이 항상 도전하는 그녀의 노력에 또 다른 트로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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