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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연기 정체기→12년만에 주연작"…차인표가 말하는 영화 '차인표'의 이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01-07 12:5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스스로 갇혀 있었던 이미지의 굴레, '차인표'로 벗어났죠."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김동규 감독, ㈜어바웃필름 제작). 극중 타이틀롤을 맡은 차인표(53)가 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혜성처럼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차인표. 이후 '별은 내 가슴에' '왕초' 등의 작품을 연이어 히트치며 90년대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그가 인기와 한발자국 멀어진 지금, 자신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코믹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 '차인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차인표'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박한 이야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극중 차인표는 수십 년을 쌓아왔던 자신의 이미지에 갇혀 사는 인물. 의도치 않게 무너진 건물에 알몸으로 갇히된 그가 이미지 실추 없이 구조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짠한 웃음을 유발한다.

차인표는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하게 된 것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 같았다면, 코로나가 없고 극장에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갔다면, 우리 영화가 지금처럼 주목을 받을 만한 사이즈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저희는 운이 좋겠도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하게 됐다. 영화가 많이 공개되지 않는 시기에 공개가 되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아서 기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영화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찍어놓고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마음이 공존한다"고 덧붙였다.
5년전 제안을 받았으나 한 차례 출연을 거거절했던 영화 '차인표'. 5년만에 다시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차인표는"5년전에는 간간히 영화 제의도 있었고 미국 영화 제의도 있었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여지나 기회가 있었다. 또 대본을 봤을 때, 이 기획이 신박하고 제목도 제 이름이라서 실험적인 마음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워낙 저예산으로 된 기획이라 영화를 찍더라도 배급이 제대로 될까 걱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짜 정체기를 마주하게 됐다는 그는 "영화를 더 하고 싶고, 팬 여러분에게 제가 활동을 한다는걸 상기 시켜드리고 싶은데 그럴려면 강력한 한방이 있어야 했다. 갈증이 늘 있었다. 그러다가 제작사 대표님께서 다시 제안을 해주셨고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가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솔직히 말하며 "소재도 소재이지만 제목이 가장 부담이었다. 광고를 할 때도 제 이름으로 하고 그럴 텐데 너무 희화화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관객들에게 외면 받게 된다면 큰 상처겠다 싶기도 했다"며 웃었다.

차인표는 '극중 차인표'를 어떻게 바라보고 연기했냐는 질문에 "영화 속 차인표는 김동규 감독이라는 제3자가 바라본 차인표 아닌가.김 감독이 해석한 차인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어쩌면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기에 대중이 나에게 기대를 부분이 그런 것에 있다면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대본에 충실히 토를 달지 않고 연기를 하려고 촬영 전부터 단단히 준비를 했다"며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이 영화의 세계관은 감독님이 만든 거다. 그 세계관에 제가 주된 소재로 사용 됐다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한다면 영화가 안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는 대본에 대해 참견하지 않자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결정적으로 '진짜 아니다' 싶은 단 하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했다. 원래 초기 대본에서는 차인표가 정치를 너무 하고 싶어하고 국회위원이 되고 싶어서 기웃대는 걸로 나온다. 그런데 그건 저와 너무 다르다. 전 정치에 관심이 없다. 만약 그렇게 영화가 나오게 된다면 대중이 오해하실 것 같아 수정을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실제와 극중 차인표의 싱크로율은 50%라는 차인표 . 그는 "완벽하게 다른 점이 있다. 전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영화 속 차인표 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 좁은 곳에 갇혀있을 수 없다. 다행히 촬영할 때는 미술팀에서 정말 세트를 잘 만들어 주셨다.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세트이지만 옆이 뚫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성용 팬티만 입은 채 구출되는 영화의 후반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제가 갇혀 있는 지하가 있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지상이 있지 않나. 소방관들이 내려준 기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그 전까지 구출 장면을 위해 동원된 배우분들이나 보조출연자분들이 정확히 무슨 장면을 찍는지 모르셨다. 아주머니 엑스트라분도 있었고 학생 역할을 하는 엑스트라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그런 모습으로 구조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하시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시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장면이 부담스럽진 않았냐는 묻자 차인표는 "그 장면 때문에 진짜 마자막까지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영화인데, 막판에 이렇게까지 나와도 되는 건가 싶더라"며 웃었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 특별출연을 했던 아내 신애라와 자녀들의 영화 관람 반응에 대해서도 말했다. 차인표는 "아내와 아들, 두 딸과 영화를 같이 봤다. 제 아내는 굉장한 코미디를 더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이 불쌍하게 나오니까 측은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대학생 아들은 굉장히 좋아하더라. 아들 친구들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더라.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들은 지금 사춘기인데 그냥 아빠랑 나란히 같이 봐준 것만 해도 고맙다. 다 보고 '아빠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더라"고 말했다.

영화 '차인표'가 자신에게는 큰 의미로 남게 됐다는 차인표. 그는 "내가 그동안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이나 팬들이 어떤 이미지를 부여했었다. '저 사람은 바른 생활 사나일 것 같다. 젠틀맨 일꺼 같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위에 그런 이미지만이 계속 덧입혀 왔던 것 같다. 저는 대중이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면 그런 이미지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굴레가 되서 스스로 갇혀 있었다. 작품을 택할 때도 그 굴레 안에서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몇십년이 지나다 보니 난 전혀 변화가 되지 않고 있더라. 변하지 않는 저를 기다리다가 팬은 떠났던 것 같다. 건물 속에 갇혀 있는 영화 속 상황과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내 갇혀 있으면서 니체 같은 철학자가 나타나 내 틀을 깨뜨려주길 바라왔다. 그런 와중에 저에게 탁 떨어진 대본이 바로 '차인표'다. 그런 와중에 택한 작품이 '차인표'이기 때문에 영화의 호불호, 성적과 관계 없이 대중에게 공개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한 그는 "제가 상업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주연을 했던게 2008년 영화 '크로싱'이다. 그 뒤로 예술 영화나 조연으로는 몇번 출연을 한 적은 있지만 본격 상업영화에 참여한 건 12년만이다. 영화에 대한 판단도 갈리고 호불호도 갈리겠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좋아해주시고, 특히 제가 바랐던대로 제 팬 여러분들이 많이 반겨주시는 걸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 너무나 만족스럽다. 내가 이렇게 변신하려고 했더니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구나 싶더라.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해서 팬여러분들을 많이 자주 만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편, '차인표'는 '극한직업' '해치지 않아' 등은 제작했던 어바웃필름의 신작이자 김동규 감독의 입봉작이다. 차인표, 조달환, 조상구 등이 출연한다. 1월 1일 넷플릭스를 공개해 공개돼 스트리밍 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sho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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