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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노는언니' 방현영 CP "박세리의 자신감이 '중심 소재' 됐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0-03 11:13


사진=티캐스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노는언니'는 박세리를 중심으로, 한국의 '레전드'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이미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티캐스트 E채널 예능 프로그램 '노는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 골프여제 박세리를 비롯해 남현희(펜싱), 한유미(배구), 곽민정(피겨스케이팅), 정유인(수영) 등 전 현직 국가대표 여성 멤버들이 출연 중이다.

지난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8회를 방송했고, 시청률은 0.4%대(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기록 중이지만, 지난 13일부터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기업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개 직후부터 매일 한 번씩 발표되는 '오늘 한국 TOP10 콘텐츠' 순위에서도 2일 기준 8위에 오르는 등 차트에 랭크되며 관심을 증명 중이다. 본방송과는 별개로 넷플렉스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노는언니'의 화제성이 증명됐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 출연진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며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노는언니'는 그동안 볼 수 없던 '여성 운동선수들만의 예능'으로서 신선한 포맷임을 인정받았고, 박세리, 남현희, 한유미, 곽민정, 정유인 등 멤버들의 개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방현영 CP는 최근 상암동의 스튜디오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노는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현영 CP는 멤버들의 조합에 대해 "처음에는 프로그램을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시청자에게 인지시키기 좋은 분들로 생각했다. 그래도 자기 분야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거나, 화제성이 있던 분들. 수영의 정유인 선수는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었는데, 간간히 마동석 근육이나 캐릭터 등으로 화제가 됐었다. 그래서 더 유리했고, 이재영-이다영 선수도 팬덤이 있는 분들이라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박세리 씨는 중심을 잡아주기도 하고, 레전드였다. 또 한가지 조건 중 하나는 모두 다른 종목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어느 정도 섭외가 들어가기 전에 서로가 알지 않을까 했는데, 하나도 모르더라. 선수촌에서 잠깐 마주치는 거 말고는 모르고, 골프나 피겨는 개인 운동 위주다 보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전혀 만나보지 않았던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언어를 쓰면서 어떤 공감대로 친해질까 이 부분이 궁금했던 스토리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와 종목이 있었으면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영화도 있지 않나. 영웅들이 하나 하나 모이는. 어벤져스 같은. 각자의 특기와 종목이 하나씩 있으면서 미션을 통해 친해지고 이런 것도 상상하며 이분들이 놀기는 하겠지만, 다양한 연령이 언니, 동생이 되어서 어떤 대화로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고 관전포인트였다. 연령대도 다양하게, 중간 언니, 큰 언니, 동생, 이런식으로 등장시켜보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촬영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를 모르는 선수들을 모았고, 이들이 연예인이 아니다 보니 어색함의 시간이 있던 것. 방 CP는 "처음엔 '멘붕'이 왔었다. 대나무 아래에서 만났는데, 어색할 줄 알았는데도 너무 어색하더라. 첫 녹화 전에 저만의 기준으로 잡은 것이 '이날 하루 친해지지 않으면 성패가 갈리고, 이번 판은 망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일 회사 관계자들도 오고 우글우글했다. 태릉 갈비에 다들 모여서 회사 관계자들도 '방 PD 어때, 괜찮나?' 물으시고 한 분 한 분 도착할 때마다 못 만나게 하려고 첩보작전으로 동선을 뺐다. 박세리 씨와 막내들이 사전인터뷰 때는 완전히 발랄하고 패기가 넘쳤는데 막내들이 바로 경직이 되더라. 그래서 거기서 '어떡하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바로 고기를 먹고 차를 타고 물놀이를 가는 순간 바로 자연스럽게 풀어지더라. 요즘 세대의 특징인가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노는 언니'의 구심점은 바로 박세리다. 방 CP는 "박세리 씨를 섭외하기 전에 걱정도 있었다. 인터뷰에는 능한 분인데, 버라이어티에서는 말을 잘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저도 아는 분은 아니니 결국 부딪혀 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봤을 šœ 이분은 여전히 잘하려고 잘하는 게 아닌 사람이었다. '녹화를 잘 해야지'하는 생각이 없고, '꼭 그럴 필요가 있어?'하는 분이다. 평소 살아온 대로, 먹는 거 좋아하니 음식 얘기를 하는 거고, 좋고 싫음을 그대로 던져두고 '방송에서 이용하시든가'하는 태도.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자신감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카메라나 방송국, 주변 사람들에 있어서 남은 남대로 존중하고 알아서 본인의 페이스대로 하시는 것이 너무 좋은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티캐스트 제공
중심을 잡아주는 멤버들과 '유동성'이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멤버들이 '노는 언니'를 찾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양한 멤버들이 '노는 언니'를 찾아와 한바탕 놀고 갈 수 있는 것도 모두 멤버들의 성경과 유연성 덕분. 방 CP는 "앞으로 소개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 비인기 종목 중에도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고, 이분들을 통해 스포츠계의 편차가 지원 여부나, 순환 구조 등이 바뀌게 된다. 핸드볼 선수 분들의 말에 따르면, 배구가 유명해지니 어린 선수들이 배구로 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엔 인기를 얻고 주목받는 스타가 생기면 인재가 거기로 가고, 좋은 선수풀이 그쪽으로 가고 순환 구조가 생기는데 올림픽이나 이런 게 있을 때도 핸드볼도 좋다가 인기가 식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어린 선수들이 오지 않고 고전을 하게 되는 거다. 씨름 선수들도 남자 선수들은 인물에 관심이 가고 실업팀이 있는데, 여성 씨름은 척박하다. 환경이 조성이 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출연을 하고 싶어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씁쓸하다. 대중의 관심과 지원, 발전이 함께 가게 되다 보니 비인기 종목을 여성으로서 하기에는 열악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현재 '노는 언니'는 핸드볼 선수를 포함해 탁구 선수 등 다양한 선수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방 CP는 그중에서도 김연아, 김연경, 장미란 선수를 '노는 언니'에 초대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는언니'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생생한 현장 소식을 공개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30분 본방송 직후 넷플릭스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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