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6살 데뷔→월남전 위문공연→폭파사고"…'밥먹다' 하춘화 , 다사다난 60년 가요인생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가요계의 영원한 디바, 하춘화. 그의 가요 인생이 곧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13일 방송된 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서는 가수 하춘화가 출연했다. 1961년 만 6세에 데뷔해 8500회로 한국 가수 최다 공연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그는 60여년의 가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수미와 반갑게 인사한 하춘화는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왔다. 조인성씨를 저에게 양보해 달라"고 말해 등장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미 역시 곧바로 "그건 안된다. 집문서는 줄 수 있지만 조인성은 안된다"고 맞받아쳐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하춘화는 "잘생겼는데 남자답기까지 하다"며 조인성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김수미는 "'발리에서 생긴 일' 대본리딩에서 주님이 오신 줄 알았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광채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하춘화와 김수미는 조인성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본격적으로 가요계 생활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만 6세에 데뷔했던 하춘화는 "세계 가요 사상 6세 아이의 대중가요 음반 발매는 최초였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데뷔 이후 하루에 2~5회씩 무대 위에 서며 1년에 절반은 공연을 했다는 하춘화는 "너무 힘들어서 발톱이 다 나갔었다. '등창 난다'고 땀이 범벅돼 곪을 정도였다"며 "친구들과의 사소한 학창시절 추억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춘화의 무대는 곧 대한민국 역사이기도 했다. 1985년 남북 분단 이래 최초의 평양 공연 무대에도 서는가 하면 18세 미성년이었지만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설문조사로 뽑혀 위문 공연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한 달을 머물렀다는 그는 "공연 중에도 포탄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자다가도 포탄 소리가 들려서 깼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코미디언 故이주일과 인연 역시 베트남전 위문 공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하춘화는 "당시 위문단에 무명이었던 이주일이 있었다. 본인이 먼저 귀국한다고 가족들에게 대신 안부전화 해주겠다고 하더라. '못생긴 사람이 친절하구나' 싶더라. 그때 인연이 시작됐다"며 "1977년 리사이틀 하는데 전속 사회자를 모집했다. 공고를 보고 이주일이 찾아왔다. 단장님이 너무 못생겼다고 불합격시켰는데 제가 오디션을 보자고 했고 열정을 인정 받아 전속계약을 하고 10년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하춘화의 8500회 공연 중 7500회는 이주일과 함께 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故이주일은 하춘화의 생명의 은인이이기도 했다. 1977년 11월 11일 지금의 익산역인 당시 이리역에서 화약을 실은 열차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야기다. 당시 이리역과 하춘화의 공연장은 500m 거리였기에 폭발사고 직격탄을 맞았다. 하춘화는 "유리가 다 깨져서 눈처럼 쌓였을 정도였다. 숨조차 쉴 수도 없는 공포였다. 폭발사고로 이리시 전체가 암전됐다. 공연장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그 안에 매몰 됐다"며 "사람이 이렇게 해서 죽는구나 싶었을 때 이주일씨 목소리가 들렸다. 이주일씨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담 위로 나를 올렸다. 담 벼락서 이주일의 머리를 딛고 내려왔는데, 당시 이주일의 머리가 두개골 함몰 상태였다.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결혼 25년차인 그는 남편과의 러브스토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방송사 기획조정실 회사원이었다는 남편은 지인의 소개로 인해 만났다고. 남편과의 결혼 이후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하춘화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자식은 안주시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양까지 고려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인해 입양이 아닌 기부를 하게 됐다는 하춘화. 그는 45년간 몇백억대의 고액 기부자이다.

이승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