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종합]봉준호 감독, 오스카 안고 금의환향…"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 기뻐"(인터뷰)

남재륜 기자

기사입력 2020-02-16 18:12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6/

[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칸에 이어 아카데미를 정복하며 세계 최고의 감독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봉 감독은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3개월 가까이 해외에서 머문 그는 빡빡한 오스카 레이스와 긴 비행 스케줄에도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기생충'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12일 귀국한 것과 달리 봉 감독은 미국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장 열기는 대단했다. 취재진과 팬, 100여명이 운집, 달라진 위상을 온 몸으로 확인했다. 봉 감독은 입국장에서 박수 환대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이내 평정심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 기분이 좋다"며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이라고 웃었다. 이어 "아까 박수를 쳐 주신 것에 감사하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이겨내고 있는 국민분들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미국에서 뉴스를 봤는데 손을 열심히 씻으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동참하겠다. 귀국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이어갔다. 봉 감독은 끝으로 "19일에는 나 뿐 아니라 기생충 배우분들과 스탭분들과 함께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때 차근차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갱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의 역사는 물론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92년 역사상 처음이다.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는 역사상 두 번째로 무려 64년만이다.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 수상한 것도 아카데미에서 처음이다. 감독상은 이안 감독(브로크백 마운틴, 파이이야기) 이후 아시아 감독으로 두 번째다. 봉준호가 곧 장르가 됐고, 봉테일, 봉하이브 등 수많은 수식어를 탄생시키며 할리우드 주류 감독으로 우뚝섰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6/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6/
봉 감독은 오스카 시상식을 마친 후 13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미술관인 워커 아트센터로 향했다. 워커 아트센터는 '경계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 봉 감독의 영화를 돌아보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봉 감독이 행사 마지막 날 관객과의 만남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봉 감독은 이날 팬들을 만나 오스카상 수상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14일 미국 현지 매체들은 봉 감독의 이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미네소타 지역지 '스타 트리뷴'과 '시티 페이지' 등의 기사에 따르면 봉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오스카 수상은) 확실히 좋은 일이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오스카 시상식은 사흘전이었다. 벌써 3년 전 일 같다.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웃엇다.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 봉 감독은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수상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놨다. 감독상 수상 후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 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다"고 미소지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6/
봉 감독은 미국의 장르 영화에 대해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며 "어린 시절 알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팔마, 샘 패킨파의 영화를 주한 미군방송인 AFKN과 대학 동아리에서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내 목표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여 "나를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들은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설명한 후 "내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이 기획전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절대 보지마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귀국 후 국내에서도 바쁜 일정을 이어간다. 그는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곽신애 대표, 송강호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오스카 비하인드'를 공개한다.

20일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축하하고 격려한다.

남재륜 기자 sjr@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