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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타깃 시청자 확보"..방송국이 '수익포기+형식파괴'12부작을 택한 이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1-21 15:5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유튜브, 넷플릭스, 웹드라마 등의 등장으로 방송국의 위기설이 끊임없이 대두되는 가운데 '젊은 타깃층'을 잃지 않기 위한 방송국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눈 앞의 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젊은층을 TV 앞에 묶어두겠다는 의도인 것. 그동안 20부작, 혹은 16부작으로 고정됐던 미니시리즈의 길이는 점차 줄어들어 12부작, 10부작, 작게는 4부작 드라마까지 탄생하는 중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지난해 이미 1천억원대 규모의 적자를 본 방송사들은 더 이상 TV 매체에 시청자들을 묶어둘 수 없음 직감하고 타깃 시청층의 분화를 통해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나이대별로만 구분됐던 타깃층에서 벗어나 이제는 성별, 직업군, 선호하는 콘텐츠 등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를 통한 시청자 세분화 과정도 동시에 이뤄지는 중이다. 특히 TV 매체의 특성상 접근성이 낮은 10대 20대 시청자들을 묶어두기 위해 tvN 등 케이블 방송사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자존심을 버린 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드라마계의 변화는 '회차'의 축소로 가장 먼저 드러나고 있다. 12부작 드라마들이 수목드라마,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안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앞서 방송됐던 JTBC '청춘시대'나 '더 패키지' 등은 12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얻었고, 지난해 방송됐던 '눈이 부시게'도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종영했다. 또 OCN은 드라마틱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새 장르를 개척했다. 지난해 전파를 탔던 '타인은 지옥이다'도 화제성 몰이를 제대로 하며 종영했다. 일반적인 호흡의 작품이 아닌, 스토리라인과 전개 속도에 집중한 드라마들에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증명한 예다.

이에 올해는 12부작 드라마들이 더 적극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다음달 3일부터는 웹드라마계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엑스엑스'가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총 10부작 드라마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불륜과 복수 등의 소재로 금요일 밤 타깃 시청층을 공략한다.


MBC '꼰대인턴'의 세 주인공 박해진, 한지은, 김응수(왼쪽부터)
또 오는 4월 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MBC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서윤 이수경 극본, 김경희 연출)도 12부작으로 구성, 쫀쫀한 짜임새를 예고했고, 5월 편성이 확정된 MBC '꼰대인턴'(신소라 극본, 남성우 연출)도 다소 호흡이 짧은 12부작으로 편성, 짧은 회차로도 깊은 공감을 자아낼 전망이다. KBS도 젊은 감성을 자랑하는 드라마 '어서와'(주화미 극본, 지병현 연출)로 10대와 20대 시청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BS도 '야식남녀'(박승혜 극본, 송지원 연출)로 가볍게 타깃 시청층 공략에 나선다.

이미 짧은 호흡의 드라마로 성공을 거둬본 바 있는 JTBC와 tvN, OCN도 적극적으로 12부작 드라마를 유치한다. JTBC는 김하늘과 이도현 주인공의 '에이틴 어게인'(김도현 안은빈 최이륜 극본, 하병훈 연출)과 황정음, 육성재 주연 '쌍갑포차'(하윤아 극본, 전창근 연출)을 선보이고 tvN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금요일에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또 tvN '방법'(연상호 극본, 김용완 연출)도 '블랙독' 후속으로 방송을 앞두고 있다. 타깃층이 확실한 OCN은 12부작 드라마인 '번외수사'(이유진 극본, 강효진 연출)와 10부작 드라마 '써치'(임대웅 연출)를 배치했으니 시청자들의 기대가 쏠리는 중이다.

광고시간대를 '통'으로 판매하는 드라마 특성상 16부작 이하의 드라마들은 수익구조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시청률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 모바일 매체와 콘텐츠들이 발달함에 따라 TV를 시청하는 시청자 연령층이 높아져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 한 드라마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조선에 "방송사들은 최근 당장의 시청률을 포기하더라도 젊은 시청층을 TV 앞으로 끌고올 수 있는 전략을 실천하는 중이다"며 "1년을 책임질 텐트폴 드라마들의 성공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다양한 시청층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TV 매체의 특성상 시청하는 연령대가 점점 올라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실제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10대와 20대, 30대를 TV로 끌고오기 위해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젊은 콘텐츠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말드라마 등의 편성으로 인해 '가장 올드한 방송사'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던 KBS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그 수명을 2년 정도 연장한 상태. 한 드라마 제작사 기획 PD는 "이 시기를 KBS가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2년 후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 준비 중인 '학교2020' 시리즈가 KBS의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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