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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조우진 "男조연상에 심장 터질뻔..수상, 빛 돼야지 빚 되면 안돼"(청룡 인터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2-05 10:05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우진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큰 그릇은 늦게 성공한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 배우 조우진(40)을 설명하는 최적의 사자성어다. 1999년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16년간 혹독한 무명의 시간을 견딘 그는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더니 데뷔 20년 차 청룡의 무대를 통해 마침내 만개했다.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을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조우진의 비상은 끝이 없었다. 물 만난 고기가 이런 모습일까.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한계 없는 변신을 이어가던 조우진은 단번에 스크린을 장악, 장면을 훔친 신 스틸러를 넘어 관객의 마음까지 훔친 '심(心) 스틸러'로 완벽히 자리 잡으며 충무로의 대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을 통해 지난달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데뷔 이래 첫 수상, 첫 트로피를 품에 안은 조우진이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배우 조우진이 남우 조연상수상을 호명 받고 감격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1/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배우 조우진이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1/
청룡의 꿈, 그리고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반짝 빛나는 트로피를 쥐고 스포츠조선을 찾은 조우진은 "정신없었던 2주를 보낸 것 같다. 수상 이후 정말 많은 축하 인사, 메시지, 연락을 순차적으로 받았다. 수상 당일 혹여 내가 온전히 축하를 받을 수 없을까 봐 다음날 연락을 주신 분도 많고 또 그다음 날 연락을 해주시는 분도 있다. 자기 일처럼 축하해주시는 분들께 '늘 하던 대로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많은 분이 그런 내 약속을 두고 많이 다독여주고 응원해주더라"며 "사실 나는 수상 사실을 최대한 빨리 까먹으려고 한다.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사한 상이지만 혹시나 내가 이 상을 받고 흔들리지 않을까 겁도 난다. 흔히 '달뜬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렇게 될까 봐 자중자애하는 중이다. 이런 복잡 미묘한 심경을 정리하면서 축하 메시지를 감사하게 받고 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수상 당일 때보다 정신을 좀 차린 것 같다"고 밝혔다.

청룡영화상 조연상은 '연기 신(神)' '연기 베테랑'이 대거 노미네이트돼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정평이 가득하다.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후보군에 포진한 만큼 수상 예측이 가장 힘든 부문인데, 올해도 역시나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는 배우들이 후보에 가득해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일까. 조우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어리둥절한,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멍해 있었다고. 연신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는 조우진이다.

"살면서 청룡영화상 수상 경험은 처음이지 않나? 옆에 앉은 진선규 형이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우진아, 축하해'라고 인사해 줬는데 그 말에 차마 '고맙다'라는 말이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멍해 있었다. 그동안 화면으로 수상자들을 봤을 때 다들 옆에 앉은 사람을 끌어안기도 하고 축하 인사에 악수하면서 멋있게 무대 위로 올라가던데 나는 그게 안 됐다. (조)정석이와 악수한 뒤 올라간 것도 당시에 몰랐다가 나중에 모니터하고 알았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는데 앞에 앉은 설경구 형님은 축하한다고 박수를 쳐주지, 순간 '큰일 났다' 싶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정신은 없는 그 와중에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난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에게 온전한 마음을 전하자'라며 각오했던 것만 기억난다. 단단히 마음을 부여잡고 무대 위에 올라갔더니 이번엔 시상자였던 임달화가 손을 내밀더라.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어 할 말을 까먹었다. 예전에 오우삼 감독 작품을 좋아해 임달화를 선망했는데 그 배우가 내 눈앞에 있더라. 또 김해숙 선생님도 계시고 그야말로 혼이 빠졌다. 정신을 차리려고 터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뇌도 부여잡고 그렇게 정신없이 수상 소감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기생충'(봉중호 감독)이 받을 줄만 알았던 조우진. 특히 조우진은 수상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이유로 "데뷔 이래 가장 어려웠던 연기"를 꼽았다. 그는 "'국가부도의 날'에서 재정국 차관 역을 연기했는데 이 역할이 정말 무서웠다. 모든 작품을 고민하고 선택하지만 '국가부도의 날' 차관은 유독 더 그랬다. 극 중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예상보다 더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가져줘 정말 감사했다. 거기에 상까지 주시니 더할 나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어제보다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아주 헛되고 그릇된 생각이라는 걸 연기하면 할수록 알게 됐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담감, 책임감, 고민거리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구체화 되더라. 그래서 청룡 트로피를 잡는 순간 덜컥 겁도 났다. 이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모친께서 아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에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이력이 적힌 내 프로필을 캡처해 보내줬다. 너무 좋고 감사했지만 수식이 붙으니 무서웠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트로피의 무게감이 정말 크더라"고 부담감도 털어놨다.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우진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3/
조우진은 "칭찬과 격려, 수상은 선물 같은 게 확실하다. 당연히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으려 한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은 최대한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이 상으로 나아갈 힘을, 지표로 삼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다. 자만과 자신감은 큰 차이면서도 한 끗 차이다. 종이 한 장 차이며 순간의 선택으로 확 바뀔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이 스스로 두려워 들뜬 자중하려고 한다. 청룡영화상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빛이 돼야지 빚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다. 감사히 받고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겠다. 대신 흔들리지 않고 해왔던 대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조우진이 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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