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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큰 그릇은 늦게 성공한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 배우 조우진(40)을 설명하는 최적의 사자성어다. 1999년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16년간 혹독한 무명의 시간을 견딘 그는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더니 데뷔 20년 차 청룡의 무대를 통해 마침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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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조연상은 '연기 신(神)' '연기 베테랑'이 대거 노미네이트돼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정평이 가득하다.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후보군에 포진한 만큼 수상 예측이 가장 힘든 부문인데, 올해도 역시나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는 배우들이 후보에 가득해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일까. 조우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어리둥절한,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멍해 있었다고. 연신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는 조우진이다.
"살면서 청룡영화상 수상 경험은 처음이지 않나? 옆에 앉은 진선규 형이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우진아, 축하해'라고 인사해 줬는데 그 말에 차마 '고맙다'라는 말이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멍해 있었다. 그동안 화면으로 수상자들을 봤을 때 다들 옆에 앉은 사람을 끌어안기도 하고 축하 인사에 악수하면서 멋있게 무대 위로 올라가던데 나는 그게 안 됐다. (조)정석이와 악수한 뒤 올라간 것도 당시에 몰랐다가 나중에 모니터하고 알았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는데 앞에 앉은 설경구 형님은 축하한다고 박수를 쳐주지, 순간 '큰일 났다' 싶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정신은 없는 그 와중에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난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에게 온전한 마음을 전하자'라며 각오했던 것만 기억난다. 단단히 마음을 부여잡고 무대 위에 올라갔더니 이번엔 시상자였던 임달화가 손을 내밀더라.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어 할 말을 까먹었다. 예전에 오우삼 감독 작품을 좋아해 임달화를 선망했는데 그 배우가 내 눈앞에 있더라. 또 김해숙 선생님도 계시고 그야말로 혼이 빠졌다. 정신을 차리려고 터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뇌도 부여잡고 그렇게 정신없이 수상 소감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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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어제보다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아주 헛되고 그릇된 생각이라는 걸 연기하면 할수록 알게 됐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담감, 책임감, 고민거리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구체화 되더라. 그래서 청룡 트로피를 잡는 순간 덜컥 겁도 났다. 이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모친께서 아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에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이력이 적힌 내 프로필을 캡처해 보내줬다. 너무 좋고 감사했지만 수식이 붙으니 무서웠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트로피의 무게감이 정말 크더라"고 부담감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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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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