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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역사물 제작, 2개월 시한부"..드라마·다큐·예능 제작인의 한탄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12:58


EBS 다큐프라임 '역사의 빛 청년' 기자간담회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렸다. 허성호 PD, 이순재, 설민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마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0.2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광주학생운동 80주년을 맞은 2019년도 2개월이 남았다. 유독 많은 역사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던 한 해지만, 역사 관련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고민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

250억원, 200억원, 150억원이 들어간 독립운동 드라마들이 다수 제작됐고, 수백억대의 제작비를 쏟은 드라마와 더불어 역사 다큐멘터리와 예능프로그램 등도 다수 기획되며 한국 독립운동사의 기념비적인 2019년이 흘러갔다. 각 지상파 방송사들도 역사와 관련된 기획을 쏟아냈다. SBS 동학농민운동 125주년을 맞이해 '녹두꽃'을 선보였었고 MBC는 액산 김원봉의 일생을 담은 '이몽'을 앞서 선보였다.

EBS도 지난해부터 선보였던 '역사의 빛 청년' 프로젝트를 오는 11월 마무리 짓는다. 국민배우로 불리는 이순재와 함께한 10부작 다큐멘터라로, '청년'을 주제로 독립운동을 재해석한 작품. 10부작으로 구성이 돼 3·1운동 100주년(시즌1),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넌(시즌2), 광복절(시즌3)까지 총 8부의 방송을 마쳤으며 다가오는 광주학생운동 90주년을 맞아 시즌4(9부~10부) 2부작을 방영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예정이다.

여기에 설민석도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를 방문하는 기획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독도에 사연이 있는 각계각층, 남녀노소 7인의 독도 탐방단이 세대와 성별, 지역을 넘어 우리 땅 독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모여 울릉도와 그 부속 섬인 독도를 탐방하고 각자의 시각에서 독도의 감상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갖는다.


23일 오전에는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 호텔에서 EBS 가을역사다큐멘터리 '역사의 빛 청년'과 '설민석의 독도路'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이순재, 역사강사 설민석, 허성호 PD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순재와 설민석, 그리고 허성호 PD 등은 독립운동 100주년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며 다큐멘터리의 방영에 대한 기대도 독려했다. 긴 시간 해외 촬영 등에도 함께하며 '역사의 빛 청년'에 힘을 쏟았던 이순재는 청년들을 향해 당부의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고, 특히 EBS가 역사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역사의 왜곡이 없는 역사드라마를 EBS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우리 역사는 수난의 역사다. 임진왜란이 나오면 이순신 장군만 나온다. 육지에서 싸운 장군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다 같이 움직였고 그게 우리의 저력이었다. 젊은 청년들이 중심이 되었던 역사의 시간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고유성을 유지하는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 민족성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EBS가 역사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순재의 바람이 그대로 이뤄져 대하드라마와 역사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제작을 하는 제작진과 이를 방송해야 하는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역사드라마들은 제작비를 이유로 수없이 엎어지고 엎어져왔다. 이에 대해 허 PD도 입을 열며 "역사물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요즘같이 경기가 힘들 때 광고수입이 줄면서 각 방송사에서 역사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다. 올해는 각종 100주년이라고 돈이 여기저기서 풀려서 역사물을 볼 수 있었지만, 역사물을 만드는 PD이자 전공자로서 두려운 것은 올해가 이제 두 달 남았다는 거다. 내년부터는 얼마나 힘들게 역사물을 만들어야 할까 싶다. EBS라도 역사물을 꿋꿋하게 만들어서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이익에 대해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역사 드라마는 사라지는 추세다. 시청률 면에서도 늘상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퓨전사극에는 돈을 쓰지만, 정통사극에는 주머니가 닫히는 것이 현실. '이몽'은 올해 연일 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고, '녹두꽃'도 의미를 잡았지만, 4%와 6%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이 때 역사물의 제작에 힘을 쏟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허 PD의 말대로 '돈이 풀리던 올해'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역사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예능프로그램 등이 언제 또 만들어지게 될지는 미지수. '역사물'은 2개월의 시한부를 남기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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