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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두 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한국영화 100년사의 최대 쾌거다.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칸의 남자'다. '기생충'은 다섯 번째 칸 초대작이다. 2006년 '괴물'(감독 주간)로 처음 칸에 초청받은 그는 2008년('도쿄!'), 2009년('마더'·이상 주목할 만한 시선), 2017년('옥자'·경쟁 부문)에 이어 다시 한번 칸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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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타임 테이블을 제72회 칸국제영화에 초점을 맞췄고, 이변없이 칸의 선택을 받았다.
그럼 칸은 왜 봉준호를 사랑할까.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는다. 대사나 세트는 물론 소품,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는다.
봉준호만의 뚜렷한 영화 세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봉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 드물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 작품 개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내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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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최고봉에 오른 봉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다. 그는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했다. 이상했다"며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 못했다. 지금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 정신이 없어 수습과 정리가 안된다. 조용히 술 한잔해야 할 것 같다. 초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라며 황홀해 했다. 이어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큰 의미있는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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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1984년 제37회 칸영화제에서 이두용 감독의 영화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이 시작됐다. 35년 만에 봉 감독이 칸의 찬란의 역사를 열었다. 시상식장인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은 약속의 무대였고, 영화같은 칸의 밤은 해피엔딩이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과 함께 아름답게 폐막했다.
칸(프랑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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