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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결산]'어리숙한 영화광' 봉준호 그리고 '기생충', 韓영화 100년史 최대 쾌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9-05-27 08:40


연합뉴스

"나는 열두 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소년은 영화감독의 꿈을 이뤘고,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프랑스 칸을 집어삼켰다. 봉준호 감독(50)의 '기생충'이 26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만이다.

한국영화 100년사의 최대 쾌거다.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칸의 남자'다. '기생충'은 다섯 번째 칸 초대작이다. 2006년 '괴물'(감독 주간)로 처음 칸에 초청받은 그는 2008년('도쿄!'), 2009년('마더'·이상 주목할 만한 시선), 2017년('옥자'·경쟁 부문)에 이어 다시 한번 칸을 누볐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논란의 중심이었다. 보수적인 프랑스 극장 연합은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상영에 주목적을 둔 '옥자'를 영화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경쟁부문 진출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봉 감독이라 달랐다. 특별 대우를 받았다. 타협점은 '옥자'까지만이었다. 2018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개봉을 하는 작품에만 칸영화제 진출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지정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타임 테이블을 제72회 칸국제영화에 초점을 맞췄고, 이변없이 칸의 선택을 받았다.

그럼 칸은 왜 봉준호를 사랑할까.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는다. 대사나 세트는 물론 소품,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는다.


봉준호만의 뚜렷한 영화 세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봉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 드물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 작품 개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내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이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켜 지구촌 각국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현상인 빈부격차를 다룬다. 이 주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 칸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공식 상영회에선 무려 8분간의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2300석의 극장을 가득 채웠다.

칸영화제의 최고봉에 오른 봉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다. 그는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했다. 이상했다"며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 못했다. 지금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 정신이 없어 수습과 정리가 안된다. 조용히 술 한잔해야 할 것 같다. 초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라며 황홀해 했다. 이어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큰 의미있는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지만 빈부격차라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있었다. 또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란 영화도 내가 해오던 작업을 계속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수기도 하고,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가지 유희를 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장르영화 감독인데, 이렇게 황금종려를 받게 된 것이 제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회를 전했다. 유니버스(세계관)를 묻는 질문에는 "유니버스는 마블 영화를 만드는 분이 잘 아는 세계다. 나는 잘 모른다. '기생충'은 일단 나의 7번째 상업영화다. 8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기생충' 첫 상영 이후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뻤고 듣고 싶었던 평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영화는 1984년 제37회 칸영화제에서 이두용 감독의 영화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이 시작됐다. 35년 만에 봉 감독이 칸의 찬란의 역사를 열었다. 시상식장인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은 약속의 무대였고, 영화같은 칸의 밤은 해피엔딩이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과 함께 아름답게 폐막했다.
칸(프랑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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