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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깐느문·천만감독 욕심無"…돌아온 배우 문소리의 뚝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5-07 13: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깐느문, 천만 감독보다 배우 문소리로 남고 싶어요."

휴먼 영화 '배심원들'(홍승완 감독, 반짝반짝영화사 제작)에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강한 신념을 지닌 원칙주의자 재판장 김준겸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45). 그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배심원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배심원들'은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스크린에 돌아온 문소리의 새로운 도전으로 눈길을 끈다. '박하사탕'(00,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02, 이창동 감독)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등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문소리는 '배심원들'에서는 사건 기록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일에 있어 열정적인, 또 18년간 내리 형사부를 전담했을 만큼 강단과 실력있는 판사로 변신했다. 그는 판사 캐릭터를 위해 목소리 톤, 억양,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더했다. 무엇보다 문소리는 극 중 재판에 진심을 다하는 열혈 배심원 캐릭터인 권남우로 첫 스크린 연기에 나선 박형식과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 것은 물론 재판장으로서의 무게감과 카리스마, 지적인 매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펼치며 '배심원들'을 이끌었다.


문소리는 "'배심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재판을 참관해보기도 했는데 재판하는 스타일이 각자 다르더라. 직업의 공통점에 접근해보고 싶어 관찰을 해봤는데 제일 크게 느낀 것은 판사가 판결문을 쓸 때도 문체가 다르고 법정에서 말하는 태도도 사실 다르다. 전반적으로 중점을 두고 싶었던 대목은 굉장히 한 우물을 깊게 판, 같은 태도로 살아온 사람의 느낌이라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의 자긍심 등이 단단한 느낌을 주기 바랐다. 세공이 화려한 보석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순도가 높은 순금 같은 느낌이었으면 했다. 내 스타일대로 김준겸을 소화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자문한 판사 중 어린 판사들이 많았는데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해주면서 나에게 문부장이라 불러주기도 했다. 그들이 법복만 입으시면 부장님처럼 보인다고 하더라. 용기를 정말 많이 줬다"고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무엇보다 문소리는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달리 유독 몸을 쓰지 않은 캐릭터였다. 내 이야기를 펼쳐내야 한다는 의지 자체를 마음속에 정리를 하고 나는 이 모두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8명의 배심원, 검사, 피고인, 변호인을 모두 품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나의 원칙과 방향은 분명해야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대립각을 세우거나 빌런이 되면 훨씬 연기하기 수월했을 것 같다. 그러나 프리 단계부터 이야기하기를 그런 구조로 내 캐릭터가 가길 원한 게 아니었다. 이들이 보기엔 권위적일 수 있고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법원 내에서는 권력 지향적이거나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가장 크게 느끼고 감당해야 하는 위치였다. 자신의 소신과 내 실력으로 버텨온 사람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전달할까 우려한 부분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느덧 영화 경력 19년 차 배우이자 감독으로 충무로를 지키고 있는 문소리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오래 했다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지만 또 반대로 빠질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경력이 늘어난다고 배우로서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펼쳐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부분이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새로운 작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상황과 인물이지 않나? 옛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딜레마에 빠져 마음이 힘든 적은 있었지만 익숙한 상황을 계속 접하는 직업이 아니라 그런 지점에서는 다르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뭐든 적당히 하는 법이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편인 장준환 감독도 나에게 '뭘 한 번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분'이라고 말한다. '적당히'가 안 되는 것 같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하는 스타일이다.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와도 끝까지 하는 편이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많다. 그래서 남편이 옆에서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배우와 동시에 연출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직업으로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 집안에 장준환 감독 하나로 충분하다. 직업은 배우가 되고 싶다. 감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 보다 만약 내 안에서 굉장히 중요해지고 표현하고 싶다면 하고 싶다. 실제로 '깐느문' '천만 감독'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없다. 칸영화제에 가지 않아도 세상엔 훌륭한 영화가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초대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초대받지 않아도 의미 있는 작품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첫 호흡을 맞춘 박형식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문소리. 그는 "박형식은 초반 몇 회차는 어려워했다. 내가 옆에서 보기엔 분명 잘할 수 있는데 첫 상업영화에 첫 장편영화라는 생각 때문에 더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 오히려 그런 부담감이 박형식을 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계속 테이크가 밀리니까 내게 SOS를 치더라. 그때마다 형식이에겐 '나는 이창동 감독과 첫 영화를 시작했는데 20번 넘는 테이크는 일상이었다'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별일이 아니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그냥 작품에 맡겨보라고 했다. 원래 스스로가 불안하면 자신의 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 이후 박형식이 점점 부담감을 내려놓고 작품에 녹아들더라. 정말 훌륭한 지점이었다. 마음을 열고 내려놓는 순간 빛을 발하더라. 한 팀으로 녹아드는 모습이 대단했다. 사실 형식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도 많이 하고 아이돌 출신이지 않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할까 걱정된 것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확 변하더라"고 애정을 쏟았다.

'배심원들'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로,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 박형식,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이 가세했고 홍승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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