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4년전 논란 반성"…'기묘한가족' 이수경의 기특한 성장통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들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등극한 배우 이수경(23).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컴백한 이수경이 지금껏 본적 없는 기묘한 신작을 들고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에 나섰다.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 씨네주 제작)에서 그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덕(박인환)의 막내딸 해걸을 연기한 이수경. 그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기묘한 가족'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조금 많이 모자란,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 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다룬 '기묘한 가족'. 기존 코미디 장르에 좀비물을 접목한 '기묘한 가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개념 코미디로 112분간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든다. 좀비 영화가 더는 마이너 장르가 아님을 입증한 '기묘한 가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좀비 코미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불모지였던 좀비 소재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하며 1000만 관객이라는 큰 성공을 거둔 좀비버스터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이후 조선판 좀비 영화 '창궐'(18, 김성훈 감독),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김은희 극본, 김성훈 연출), 그리고 '기묘한 가족'까지 좀비물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묘한 가족'이 '부산행'을 이을 좀비버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묘한 가족'에서 주유소집 막내딸 해걸로 변신한 이수경은 외유내강형 캐릭터로 남다른 카리스마와 귀여움을 선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서 이수경은 영화 '침묵'(17, 정지우 감독)에서 아빠 임태산(최민식)의 약혼녀를 살해한 용의자 임미라,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에서 분홍 머리 마약 소녀 쏭,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 츤데레 공항보안요원 나영주 등 매 작품 다채로운 변신을 시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관객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실력파 배우다.

'기묘한 가족'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 이수경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시착한 말귀 알아듣는 좀비 쫑비(정가람)를 집안으로 들이고 조련하는 것은 물론 풋풋한 로맨스 라인까지 형성하며 '기묘한 가족'의 신선한 재미를 담당했다.

이날 이수경은 지난달 열린 '기묘한 가족'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소감으로 "내가 나온 장면을 부끄러워서 볼 수 없었다. 전작은 물론 이번 작품 역시 내 연기의 부족한 부분만 보인 것 같아 제대로 영화를 관람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묘한 가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앞서 정재영 선배도 말했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디서도 못 봤던 장르, 이야기, 캐릭터여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어디에서도 없었던 이야기'인 것 같아 만족한다. 사실 이런 장르를 도전했다는 점에 대해 조금 뿌듯하기도 하다"며 "평소에 개그 코드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의 개그 코드를 제대로 취향 저격한 영화였다. 실제로 나는 사람들이 잘 안 웃는 대목에서 터지는 부분이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남들 안 웃는 장면에서 혼자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관객 눈치를 보며 입을 틀어막고 웃었다. 한번은 다른 촬영장에서 한 선배가 '넌 왜 웃는 거야?'라고 신기하게 물어보시기도 했다. '기묘한 가족'은 할리우드에서도 잘 없는 코믹 좀비물인데 그래서 부담감을 덜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존의 좀비물과 빗겨나갈 수 있는 지점이 있어 오히려 좋았고 편했던 것 같다. 관객도 우리 영화를 가볍게 봐줬으면 좋겠다. 독특한 개그 코드를 취향 저격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일반 개그 코드를 가진 대중도 우리 영화를 보면서 즐겁게 웃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자평했다.

또한 '기묘한 가족'에서 시니컬한 혜걸을 소화한 것에 대해 "시니컬한 연기가 어려웠다기 보다는 시니컬한 혜걸이가 좀비들이 닥치면서 변하는 지점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지에 대해 고민이 컸다. 스스로 내 연기에 만족한다고 못 하겠다. 하면서도 연기 확신이 안 들어서 이민재 감독에게 많이 여쭤봤다. 일반 관객의 반응은 사실 잘 모르니까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좀비 로맨스 장르로 많은 인기를 얻은 '웜 바디스'를 잇는 좀비 로맨스를 펼친 이수경과 정가람. 이와 관련해 이수경은 "정재영 선배만큼 좀비물 마니아는 아니지만 평소 좀비물이 나오면 챙겨 보곤 했다. 제일 좋아했던 좀비물은 '워킹데드'와 '월드워Z'다. 물론 '웜 바디스'도 개봉 당시 영화관에 가서 본 적이 있다. '기묘한 가족'도 좀비와 로맨스 설정이 있는데, 이 설정에 대해 이민재 감독에게 '웜 바디스'를 참고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민재 감독은 굳이 '웜 바디스'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고 했고 나 역시 '웜 바디스'와 다른 로맨스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로맨스 연기에 대해 걱정을 할 겨를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쫑비 캐릭터는 리액션을 할 수 없는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나 혼자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라 은근히 힘들었다. 그래서 아쉬웠던 부분도 생긴 것 같다, 처음에는 쫑비를 조련해야 하는 상황이 적응이 안 됐고 그게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2편이 나온다면 더 잘 조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묘한 가족'을 참여하면서 '로맨스인데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 캐릭터를 어떻게 풀 것인지 집중했던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애 스타일에 대해서는 "조련당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리드당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주도적으로 뭘 하려고 하는 편은 아니다"고 밝혔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정가람에 대해 "실제로 정가람 오빠는 정말 착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낯가림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편했던 것 같다. 낯가림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 의미로 정가람 오빠가 더 편해진 것 같다"며 "정가람 오빠는 박학다식한 사람이다. 현장에서는 휴대전화를 싸게 사는 방법을 선배들과 내게 전수해주기도 했다. 가람 오빠가 알려준 방법으로 김남길 선배는 휴대전화를 싸게 사기도 했고 최근에 정재영 선배는 사모님의 휴대전화를 알뜰하게 사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가람 오빠는 '기묘한 가족'의 '잡학박사'로 통했다. 장르 불문하고 여러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겐 '알쓸신잡' 같은 사람이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독특한 4차원 매력을 가진 이수경. '기묘한 가족'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200% 끌어올린 그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이수경은 "데뷔 초에는 '성격이 이래서 연기할 수 있겠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 성격이 내성적이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못 하고 이러니까 다들 우려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이런 성격인지 몰랐다. 밖에 나와보니 주변에서 이런 걱정을 많이 하더라. 연기 초반에는 이런 우려와 걱정의 소리를 듣는 게 힘들었다. 나 역시 그렇게 느끼는 지점도 있어서 한동안 너무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런 우려를 지우게 됐다. 요즘에는 주변에서 걱정을 안 받아도 돼서 편하다"고 웃었다.

그는 "물론 이런 성격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센 캐릭터를 맡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됐다.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기묘한 가족'을 통해 로맨스도 가능한 배우인 걸 입증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답했다.

자신을 둘러싼 태도 논란 역시 솔직하게 답한 이수경. 앞서 이수경은 2015년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 제작발표회 당시 태도 논란에 휩싸여 잡음을 만든 바 있다. 논란 당시 대중의 질타에 반성한 이수경은 이후 작품에서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논란을 지웠다. 이와 관련해 이수경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듣고 배울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요즘은 일하면서 보고 배울 사람이 많아졌고 반성을 많이 했다"며 "개인적으로도 크게 고민이 된 지점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의 이정은·최존호 대표에게 털어놓기도 했고 같은 소속사의 김혜수 선배나 함께 작품을 했던 최민식 선배께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로 선배들이 먼저 '요즘 고민 없니?'라고 물어볼 때도 있다. 그때 고민거리를 많이 털어놨고 해결책을 내주시기도 했다. 실제로 많이 성장한 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달라지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한편, '기묘한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특별한 남자로 인해 개성 넘치는 가족과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다.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이 가세했고 이민재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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