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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준호 "'세게 가야 한다'고 했지만, 교훈 남은 결말"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2-02 07:59


사진=공감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SKY캐슬'을 마친 배우 정준호를 만났다.

데뷔 25년차 배우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MBC '이혼하지 않는 이유'(1996), MBC '가슴을 열어라'(1996), MB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 MBC '세 번째 남자'(1997), MBC '사랑'(1997), MBC '안녕 내 사랑'(1999) 등에 출연했다. 영화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영화 '일팔일팔'(1997, 장화영 감독)을 시작으로 '두사부일체'(2001, 윤제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2002, 모지은 감독), '가문의 영광'(2002, 정흥순 감독), '하얀방'(2002, 임창재 감독), '공공의 적2'(2005, 강우석 감독) 등을 통해 열연했다. 또 정준호는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2008)로 최진실과 호흡을 맞췄고, KBS2 '아이리스' 전 시즌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MBC '역전의 여왕'(2010)과 JTBC '네 이웃의 아내'(2013)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예능 등에서의 활약도 있었지만, 그에게 다시 연기의 재미와 기쁨, 행복을 알게 만들어준 작품은 지난 1일 종영한 JTBC 'SKY캐슬'(유현미 극본, 조현탁 연출)이다. 정준호는 'SKY캐슬'에서 한서진(염정아)의 남편이자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준상 역을 맡았다. 강준상은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의사로 커왔고, 어머니의 뜻에 따라 병원장을 노렸지만 존재를 몰랐던 딸 혜나(김보라)의 죽음과 딸 예서(김혜윤)가 받은 정신적 충격을 계기로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SKY캐슬'을 떠나게 되는 인물이다. 'SKY캐슬'을 이루던 중심 가족이자 가장 큰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었다.


사진=공감엔터테인먼트 제공
'SKY캐슬'의 마지막회는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었다. 강준상과 한서진, 그리고 예서 예빈(이지원) 가족은 'SKY캐슬'을 떠났고 나머지 가족들도 모두 이수임화 되며 새로 이사온 엄마에게 '천연기념물' 소리도 들었다. 반성과 후회화 화해가 이어지는 결말 속에서 시청자들은 다소 '지루하다'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정준호는 파격 결말을 택하지 않았던 유현미 작가의 선택을 지지했다.

정준호는 "마지막회 책(대본)의 탈고는 방송 기준 3주 전에 주셨다. 작가 선생님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이슈가 되다 보니 결말에 영향을 받았던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쪽(연예계, 방송)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세게 가야 한다'고 했었다. '혜나랑 예서가 첫사랑인 김은혜가 복수하려 바꿔치기 한 거다', '한서진이 자살해야 한다. 그래야 세다'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마 작가 선생님도 반응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준호는 "이유가 어쨌든 전체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보면 자식에게 되물림하며 '과정은 중요치 않고 너는 무조건 의사가 되면 되고 판검사 되면 되고 풍요로움을 물려받고 대학을 나와서 의사하고 판검사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단편적인 이런 것이 우리 드라마의 내용인 거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이가 오십이 돼서도 의사가 돼서도 자기 주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엄마 핑계대고, 아내 핑계대고, 엄마한테 가서 아기처럼 '엄마가 날 그렇게 키웠잖아요' 그러는 단편적 교훈을 주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했고 드라마의 한 신 한 신이 성인들이 볼 때도 드라마 속에 인생이 많이 숨겨져 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렇게 한 번씩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10대부터 다양한 연령층이 봐줬던 것은 독특한 교육방식과 코디의 영향력이 더 셌을 정도로 사춘기라든가 그럴 때 '심리적으로 중요한 시점이구나'를 알고, 자녀가 갈팡질팡할 때 드라마 속에 사교육을 소재로 하고,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들을 한 번 더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걸 직설적으로 짚어낸 드라마다"고 평했다.

촬영하는 동안 정준호는 가장 큰 감정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강준상 교수가 혜나가 자신의 딸이란 사실을 알아챈 이후 격한 감정의 동요를 겪는 신이 인생 중 가장 힘들었다는 설명. 정준호는 "강준상의 딸이, 첫사랑 딸이 혜나라는 것을 알고 감정선이 올 때, 그 대본이 주어졌을 때가 바로 강준상 인생의 핵폭탄이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난데없이 첫사랑 딸이 나타나면서 그게 어쨌든 충격이 왔고, 혜나가 나타나기 전과 후, 그리고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전후가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치고 달리며 가장 격한 장면이자 신이라고 봐야 했다. 드라마 속 가장 큰 감정선이었다면 후반부로 감정이 치고 달리며 혜나가 죽음으로 몰리고 범인이 누구냐를 찾으며 급상승하는 감정선이다. 이게 바로 드라마의 마지막 피날레라고 봤다. 그래서 충격적이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연기할 때 한 신 한 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준호는 "실제로 리얼하게 생각한다면 아내에게 제일 미안할 거다. 아내는 그런 상황을 정말 다 몰랐을까. 근데 또 강준상은 정말 냉정한 사람이다. 딸임을 알았다면 몰래라도 첫사랑 묘지에 가서 소주라도 마시는 게 정상인데 한 신도 그런 장면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이 자식은 정말 피도 안 나오는 놈이구나, 자기 체면을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 놈이구나'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강준상을 보며 '역시나 인성교육이 잘못된 놈이다' 싶었다. 이 드라마가 주는 교훈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이 오십이 ?祁 엄마 품에서만 자랐던 어린애 같은, 그리고 그 감정표현을 할 때도 혜나가 내 딸이란 걸 알고 그런 상황에 닥쳐서야 얘기를 하고, 또 공공장소에 있는 엄마하네 달려가서 막 대드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이 오십이나 돼서 서재나 개인적 공간도 아니고 공적 장소에서 그러는데도 구분을 못한다. 부부들끼리 모이는 것도 그렇다. 평소엔 상류층에 교양 있는척 하지만 자기 자식이 잘못될까봐 그동안의 신뢰를 다 저버리고 개차반이 된다. 그런 게 무서운 거다. 평소엔 고상한척하면서 인정받고 사는데 쌍욕을 하고 그 자리에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것은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거다"고 설명했다.

정준호는 30%대 시청률을 달성하면 팬들, 그리고 배우들과 북한산 등산을 가고 싶다고 말해왔었다. 1회에 등장했던 강준상 교수의 등산복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산하며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준호는 "이 드라마의 묘미는 시청률을 보는 거였다. 어떻게 이렇게 '매직'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며 "1%로 시작해서 고공행진을 했다. 불가능은 없다. 그게 어느 누구든 어떤 일을 하든 벌어질 수 있는 것 이라는 걸 알려줬다. 나에게 또 로또 같은 행운이 올까, 하지만 결국 올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시청률, 이런 만화 같은 얘기가 될까 하지만, 된다는 거다. 포기하지 말고 안된다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긍정적인 삶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 같았고 처음부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 거라 생각했지만, 다들 3%만 나와도 좋고 5%가 나오면 대박이라고 했지만, 사랑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았고 많은 관심을 받음 날개를 단 것 처럼 연기도 물이 오르고 자신감이 생기고 캐릭터를 믿고 사랑하다 보니 연기를 하는 것이 다 그 사람의 인생처럼 보이게 했다"고 회상했다.

정준호가 출연한 'SKY캐슬'은 XX%가 넘는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첫 방송 당시 1.7%로 시작했던 'SKY캐슬'은 첫 방송 이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시청률 추이를 보여주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상승세를 보여주며 비지상파 역대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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