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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매 작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주목을 못 받는다고 연기를 그만할 거면 처음부터 이 일을 못 하죠(웃음). 애초에 인기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겠다 다짐하고 연기를 시작해서 오랜 무명 세월을 버틴 것 같아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어린 나이도 아니고, 그저 스타를 꿈꾸는 배우는 아니에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제 연기관을 바꿀 정도로 나태해지거나 변화할 생각은 없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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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서 '독전'으로 시상식 초대도 많이 받고 덩달아 상도 많이 받고 있어서 그저 감사해요. 많은 관심, 많은 기대 해주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마냥 기쁘기보다는 부담도 되네요(웃음). 관객들이 이후 제 연기를 보고 사기로 볼까 봐 긴장되는 마음도 있어요. '독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게 준비했거든요.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다' 마음먹고 임했어요. 그저 작품 하나에 꽂혀 온전히 제 마음과 열정을 쏟았던 작품이었었죠. 아무래도 제가 좋아서, 빠져서 한 작품이라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다음 작품도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독전'처럼 미치도록 빠질 수 있는 작품이 생길지 너무 두렵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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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실제로 예삐 예삐 한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말해요. 애교가 많거나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죠. '독전'이 개봉할 당시엔 관객들이 정말 무서워했거든요. '언니 정말 무서운데 사랑해요' 이러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하반기가 되면서 무서워하시는 것보다 오히려 더 친근하게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예능도 나오고 최근에는 시상식 참석도 많이 해서 그런지 친근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원래 잘 웃는데…, 실제로 코미디 연기가 제일 자신 있는 배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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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시상식 초대를 받은 게 처음이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죠(웃음). 그래서 모든 게 어리둥절해요. 솔직히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 전까지 (인기가) 체감되는 부분이 많이 없었거든요(웃음). 한꺼번에 관객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조금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배우들은 내가 봐도 이상한 연기가 있거든요. 다들 자기 고집들이 강해서 아무리 상을 받아도 개인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연기가 있는데 이번엔 저도, 관객도 모두 만족한 캐릭터가 나온 것 같아 뿌듯하네요. '독전'이 공개되기 전까지 스스로는 만족스러운 연기였는데 관객이 너무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됐거든요. 결과적으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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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청룡영화상은 모든 영화인의 축제잖아요. 꿈의 무대이기도 한데, 그곳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영광스러웠어요. 여우조연상 수상도 좋았겠지만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했고 당연히 받을 배우가 받았다고 생각해요(웃음). 무엇보다 여우조연상 시상에 앞서 김주혁 선배가 남우조연상으로 먼저 수상의 영예를 안으셨잖아요. 전 제가 상을 받는 것보다 주혁 선배의 수상이 더 기뻤어요. 청룡영화상에 가기 전부터 '나는 못 받아도 주혁 선배가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정말 주혁 선배가 상을 받으니까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눈물이 계속 났는데 보시는 분들이 '너무 주접이다'라고 생각할까 봐 꾹 참았어요(웃음). 제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보다 더 행복했던 순간이었죠. 또 저는 인기스타상을 받았잖아요. 하하. 여우조연상 수상보다 더 기분 좋던데요. 솔직히 관객들이 나를 안 좋아할 거란 생각이 있었거든요.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어요. 많은 관객이 좋아해 줬고 그걸 상으로 보상받은 것 같아 행복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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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복덩이죠(웃음). 절 많이 닮은 아들이에요. 아들로 인해 사람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살면서 어른스럽다 생각했는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오만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말 출산과 육아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독전'의 보령을 연기할 때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출산과 육아를 해보니 '독전'은 스무 번도 더 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연기는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요즘 잠도 못 자며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가끔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쏟아지는데 또 아들이 절 보면서 웃어주면 그거 하나로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진서연에게 2018년은 어떤 한해로 기억될지 물었다. 한 마디로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는 것.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잖아요. 올해 화양연화 같은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독전'을 촬영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를 갖게 됐죠.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던 해인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말 기분 좋은 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 제비처럼 열심히 치열하게 준비하면서 살았는데 이런 준비가 좋은 결실을 맺게 해준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에도 화양연화를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성실한 배우가 될게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치씨컴퍼니, 영화 '독전' 스틸, 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