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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눈으로 말하는 도경수"…'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이 배우를 보는 법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2-05 11:17 | 최종수정 2018-12-05 15:31


영화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이 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등이 열연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0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강형철 감독은 박보영, 심은경, 강소라, 천우희, 박진주 등 함께 한 배우마다 최고의 능력치를 끌어내며 '대세 배우 제조기'란 별명을 얻은 대표 흥행 감독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신작 '스윙키즈'도 예외가 아니다. 더 이상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도경수를 비롯해, 박혜수, 김민호 등 출연 배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린 연출 비법은 무엇일까.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터질 듯한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스윙키즈'(안나푸르나필름 제작).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삼대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내 824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사로잡은 휴먼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2008),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736만 관객을 모은 '써니'(2011), 401만 명을 동원한 '타짜'의 속편 영화 '타짜-신의 손'(2014) 등을 연출하며 충무로 대표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은 강형철 감독. 그런 그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작 '스윙키즈'로 다시 한번 극장가를 들썩이게 할 예정이다.
영화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이 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등이 열연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05/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댄스단의 꿈과 열정을 따뜻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유쾌하게 그리며 댄스와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최대로 끌어올린 작품.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유머러스한 대사, 전매특허와도 같은 센스 넘치는 음악 연출에 '탭댄스'라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더한 '스윙키즈'는 올 연말 관객들에게 가슴 뛰는 재미와 묵직한 감동을 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강형철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마친 후 배우들의 반응을 묻자 "경수는 어제(언론시사회) 처음 봤고 혜수와 오정세 배우는 기술 시사때 봤다. 배우들은 처음에는 아마 자기 연기만 보일 것 같다. 도경수는 늘 그랬듯 진중하게 제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감독님 영화 잘봤어요'라고 하더라. 애늙은이다"며 웃었다.

이어 도경수를 주인공 로기수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도경수라는 친구가 있는 건 알았지만 누군지는 자세히 몰랐다. 연기하는 것도 잘 보지도 못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뭐랄까, 경수 배우는 송아지 같은 맑은 눈이 가지고 있다. 로기수라는 인물은 한 인간 안에 소년과 인간이 같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도경수라는 친구를 미팅하게 됐다"며 "미팅 장소에 딱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 도경수가 아니라 '로기수'가 앉아 있더라. 운명같이 함께 하게 됐다. 얼굴의 이미지, 에티튜드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내가 원하던 로기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준비하면서 경수와 나눴던 이야기가 '우리 눈을 아끼자'였다.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를 위해서 좀 아껴놓고 싶었다. 그런데 초반 촬영이 들어갔는데 경수가 눈을 쓰고 있더라. 그런데 그게 본인이 의도적으로 눈을 쓰려고 한 게 아니였다. 경수는 그냥 눈에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친구였다. 그냥 눈이 말을 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또한 도경수의 탭댄스 실력과 노력에 대해 감탄했다. "경수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니까 춤을 잘 추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보컬 담당이더라"며 웃으며 이야기를 꺼낸 강 감독은 "물론 춤도 잘 추긴 하지만 그리고 탭댄스는 아예 전혀 다른 장르다. 처음에는 좀 절더라. 그런데 그 이후 이 친구의 진가가 보이더라. 사실 도경수라는 배우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 배우인지는 여기저기서 듣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열심히 준비하더라. 정말 정말 정말 스케줄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 와중에서도 다 연습을 한거다. 워낙 스케줄이 바빠서 정세 배우 혜수 배우보다 늦게 연습을 시작했는데도 밤새 연습을 해서 먼저 연습을 시작한 다른 배우들을 다 따라 잡더라"고 전했다.
영화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이 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등이 열연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05/
'과속스캔들'부터 '써니' '스윙키즈' 까지 음악 요소가 중요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강형철 감독. 그는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환장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사진이나 그림 책에서 영감을 얻으시는 감독님들이 많은데, 저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연주자가 생각나고 그들의 감정이나 표정이 생각나고 그랬다. 그 안에서 이야기도 발생하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스윙키즈'를 준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음악에서 얻었다. 디스코를 듣다가 또 아이디어가 발동이 난거다. 디스코 안에서 슬픔, 페이소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한참 그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이 영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춤만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전쟁의 아픔까지 그려낸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은 "원래 영화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다. 우리 나라가 분단 국가이지 않나. 3년전에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 이념 문제로 이슈가 컸다. 평소에 새터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며 "이념을 떠나 개인의 행복을 보여주고 싶다. 시스템이 인간 위에서 존재하면서 오류를 보여준다는 건 부조리한 것이다. 그걸 춤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중요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이 있었고 거제 수용소도 팩트다. 그런데 포로가 춤을 춘다는 건 픽션이다. 그런 밸런스가 중요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 자레드 그라임스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감독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캐스팅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연기 톤이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그러다가 춤을 추는 모습을 봤는데, 이건 사람의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 놀라웠다"며 "그 이후 톤앤매너를 잡은 대본을 다시 보내줬는데, 톤앤매너를 알자마자 제가 원하는 연기를 해오더라. 스카이프로 디렉션을 주고 받았고 한국에 와서도 신 바이 신으로 자세한 설명도 전했다. 현장에서도 너무 잘했다. 경수와 붙었을 때도 좋았다. 경수와 마찬가지로 소 같은 맑은 눈을 가지고 있는 배우더라"고 전했다.


'스윙키즈'의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건넸던 배우는 박진주였다. '써니'를 통해 이미 박진주와 호흡을 맞췄던 강 감독은 "가장 먼저 진주씨에게 줬는데 진심으로 정말 기뻐하더라. 정말 내가 더 고마웠다"고 말했다.
현재 충무로의 미래를 책임지는 배우로 성장한 '써니'의 주역들. 강형철 감독이 "그들을 보면 뿌듯하겠다"고 말하자 "자식이 대학 입학한 느낌이다. 예전에 '써니'의 무대 인사를 갔을 때, 관객분이 '써니'가 어떤 의미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답했다. '시간이 지나고 제가 이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했었다는 게 영광인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같한 친분을 유지하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써니' 배우들. "배우들이 감독님은 모임에 부르지 않냐"는 질문에 강형철 감독은 "자고 있는데 그렇게 영상 통화를 걸어온다"며 웃었다.

'과속스캔들'부터 '써니' '스윙키즈' 박혜수까지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강형철 감독.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기자의 말에 "제가 배우들을 잘 봤다기 보다 잘 얻어 걸린 것 같다. 가장 먼저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보겠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박혜수는 어떨까. 박혜수가 연기한 양판래 캐릭터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품었다는 강형철 감독은 "제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외할머니가 서른에 전쟁통에 과부가 되셔서 사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전쟁을 일으키는 건 남자들인데, 그 전쟁 속에서 남은 삶을 책임지는 건 여성들이지 않았나. 우리 할머니도 정말 꿈도 많은 소녀였을텐데, 그 시대에 태어나서 그렇게 평생 사셨다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과거의 모습을 담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 캐릭터가 바로 박판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캐스팅도 더욱 신경을 많이 썼다"며 "외모에서도 고전적인 느낌도 있었으면 좋겠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있는 배우였으면 했다. 박혜수 배우가 처음 보고 계속 눈에 밟혔다. 외모가 아니라 사람의 감성 같은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 결국 박혜수 배우와 함께 됐다"고 설명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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