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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이종석과 신혜선이 애틋한 운명 앞에 눈물을 흘렸다.
윤심덕은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라며 김우진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았다. 윤심덕은 "진짜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다는게 떨리지만 벅차더라. 조선 최고의 소프라노가 되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이유를 밝히며 "언젠가 이 곳에서 노래하게 되면 우진씨가 지켜봐 줄래요? 내가 떨지않고 잘 할 수 도록"이라고 말했다. 김우진은 "그럴게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윤심덕은 김우진을 데리고 그가 잡혀갔던 경찰서로 가 돌을 던졌다. 경찰을 피해 도망다니며 손을 잡았지만, 김우진은 윤심덕에게 다가가려는 마음과 키스를 접었다. 그러면서 "목포 집으로 단원들을 초대했다. 꼭 와줘요"라고 말했다.
김우진의 아버지 김성규(김명수)는 "가업을 이어갈 후계자다. 문학이니 독립이니 눈길 주지말고 가업을 이을 생각만 하거라"고 당부했고, 그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이후 동경에서 김우진과 윤심덕은 다시 만났다. 윤심덕은 "이틀 뒤에 조선으로 돌아간다. 공연을 함께한 동료니까 말은 해야할 것 같아서"라며 "고향집에 초대해준 것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사랑 때문에 동반 자살한 호외를 본 윤심덕은 "하지말았어야 할 사랑을 했으면 헤어지면 그만 아니냐"라고 말했고, 김우진은 "이별 후 평생을 견뎌야할 두려움이 큰거겠죠"라고 답했다. 이에 윤심덕은 "잊지 못 할 그리움 같은 건 없다. 잘살아요 우진씨"라며 악수를 청하고 돌아섰다.
그렇게 첫번째 이별을 한 두 사람은 5년 후 재회했다. 김우진은 신문에서 윤심덕의 단성사 독창회 개최 기사를 봤다. 김우진은 과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독창회를 찾았고, 윤심덕은 관객석에서 본 그를 뒤쫓아가 만났다.
오랜 만에 만난 윤심덕에게 김우진은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당신 모습 참 멋졌다"고 운을 뗐다. 윤심덕은 "약속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 이제 무대 위에서는 떨리지 않다. 근데 당신을 보니까 떨렸다. 당신이 나를 보고 있어서, 그리고 당신이 가버릴까봐. 잊은 줄 알았는데 나는 단 한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우진은 윤심덕을 안으며 "잊을 수 없으면 그대로 둬라. 나도 그럴게요"라고 말했다. 헤어지며 윤심덕은 "편지할게요. 답장해줘요"라며 "우진 다시 글을 써봐요. 나는 당신의 글이 좋거든요"라는 말을 남겼다.
윤심덕은 조선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클래식 공연은 돈벌이가 녹록치 않았고, 김우진 역시 가업을 이은 회사 업무 속에서도 간간히 글을 쓰며 버텼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마음을 위로하며 동경에서 데이트를 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웠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윤심덕의 부모는 생활비와 동생들의 유학비를 받기 위해 윤심덕에게 부잣집으로 시집을 보내려했다. 이에 윤심덕은 김우진을 찾아가 "내곁에서 가지말라고 꽉 붙들어 봐. 가족들 다 버리고 나랑 같이 가겠다고 해달라"며 울며 매달렸지만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도리를 지켜야했던 김우진은 차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홀로 집으로 돌아온 김우진은 윤심덕과 나눈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윤심덕은 약혼남 김홍기(이상엽)와 만났지만 김우진을 잊을 수 없었다. 김우진 역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술만 마시며 글을 썼다. 문학지에 '수산'이란 호로 글을 쓴다는 걸 알게 된 부친 김성규가 화를 내자 김우진은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하라신 일은 다 하면 살았다. 결혼하라 해서 했고, 회사일을 하라 해서 했습니다"라며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생각이 있고 의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제발 숨 좀 쉬게 해주십시요"라고 애원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조국 독립을 위해 투신하고 있을 때 글로나마 그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싶었다. 이런 알량한 글로 숨통을 쉬는 제게 글을 쓰지 말라니, 아버진 제가 살라는 것입니까 죽으란 것입니까"라며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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