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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이종석과 신혜선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시작됐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만남은 유쾌하지 않았다. 김우진은 "연기를 잘 한다고 들었다. 신극 공연에도 섰었고. 심덕 씨가 우리와 함께 신극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윤심덕은 "그런 일에 시간 낭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
김우진은 "조선인이라면 조선을 위해서 무슨 일이라고 해야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윤심덕은 "그런 일에 시간 낭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조선 사람이라 안하겠다. 관비로 겨우 유학 왔다. 그러다가 소프라노 못 되면 어떡하냐"고 답했다. 이어 "나 하나 잘 살겠다고 나라를 외면하느냐"는 질타에 윤심덕은 "나라가 이 모양인데 나라도 잘 살아야하지 않느냐"고 맞섰다. 하지만 "그럼 잘 살아라"라고 돌아서는 김우진의 행동에 "공연을 하겠다. 노래만 하겠다"며 조건을 내걸었다.
첫 공연 연습에서 김우진은 윤심덕의 노래에 대해 아무 평가도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한 윤심덕은 우연히 국숫집에서 만난 김우진에게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다. 이미 빼앗긴 나라에서 조선 사람들에게 그런 걸 소개해봤자 뭐하냐"고 따졌다. 김우진은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신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조선 사람들의 '얼'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심덕 씨의 노래는 보탤 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였다"고 칭찬했고, 윤심덕은 "진작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았잖아"라며 혼잣말했다.
김우진의 소신과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윤심덕은 며칠 째 신극 연습에 나오지 않는 그를 걱정했다.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돈 윤심덕은 죽을 만들어 김우진의 자취방을 찾았고, 그가 적은 시를 보게 됐다. 김우진은 냉정한 표정으로 윤심덕을 내쫓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우진은 윤심덕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며 "해마다 이맘때 쯤은 어머니 기일이라 두문불출 한거다. 5살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아팠던 이유를 설명했다. 윤심덕은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는 건 행복한거다. 어머니도 행복하실거다"고 위로하며 "글 너무 좋았다. 앞으로 우진씨 글 보고싶다. 희곡 써봐요"라고 말했다.
연습 도중 일본 경찰이 연습실을 급습했다. 김우진은 "본국어로 말하라"라는 경찰의 말에 한국어로 대답했고, 경찰은 총을 꺼내 들며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 경찰이 다녀간 후 신극을 포기하려는 단원들을 윤심덕이 나서서 "아무일 없을거다. 우리 다시 힘내봐요"라며 북돋았다.
윤심덕은 김우진에게 "처음엔 무모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희망을 가지고 무언가 시도를 한다는게 중요하다. 고마워요. 내 생각이 바뀌게 해줘서"라고 말했고, 김우진은 "내 진심을 알아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김우진과 윤심덕, 단원들은 조선으로 돌아와 전국 순회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뒤풀이에서 홍난파는 윤심덕에게 "우진 씨를 좋아합니까. 사랑합니다. 여기서 그 마음 멈춰요. 그 마음이 커질수록 고통도 클테니까"라고 경고했다.
일본 경찰은 신극 중 "10년 전에 자유는 있었지만"이라는 대목을 문제삼아 극단 책임자인 김우진을 연행했고, 그는 모진 고문을 당했다. 윤심덕은 교도소 앞에서 김우진을 기다렸고, 출소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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