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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신의 인생이 세상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미스테리한 여자가 만나 한날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배반의 장미'. 입시 문제, 직장과 가정 등 세대를 초월한 사회 이슈를 적절하게 녹여낸 '배반의 장미'는 인생의 끝에서 가슴에 품어왔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냈다.
특히 '배반의 장미'는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 '해운대'(09, 윤제균 감독) 등 다양한 1000만 돌파 작품 속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산 코믹 연기의 대가 김인권은 '배반의 장미'에서 기존과 다른 코미디 연기를 펼쳐 신선함을 안긴다. 유쾌하면서도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 심선을 김인권 특유의 페이소스로 표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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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시나리오 하나 받았던게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돼 감사하다. 예산이 큰 영화랑 겨루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기대치를 충족 못시킬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이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로 내 연기 욕심을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인권은 '배반의 장미'의 설정상 성적 코미디 부분이 자칫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에 대해 "젠더 감수성이 떨어졌던 과거 시대, 남성의 성적 감정을 희화화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걸 좀 더 캐릭터적으로 희화화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남성의 성적 욕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니면 좀 더 가볍게, 코믹하게 갔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비현실적으로 만화적인 설정을 많이 넣었는데 그게 또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아쉽운 부분도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농담이란게 때 이른게 있고 때 늦은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때 이른 것인가, 때 늦은 것인가란 고민이 된 부분도 있다. 농담의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농담의 위험성이 없어진다면 우리 영화는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영화는 여성으로부터 남성이 구원을 받게 되는 작품이다. 만약 그런 부분을 우려해 성적으로 희화화된 부분을 없앤다면 우리 영화 주제가 있을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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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발버둥을 치기 전까지 나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작품을 고르는데 여러가지를 따지고 보수적이기도 했다. '천만영화'를 만들고 나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방가방가' '전국노래자랑' 등 저예산임에도 100만을 넘으니까 그게 쉬운 줄 알았다. 그때는 몰랐다. 나는 그야말로 운 좋게 숟가락을 얹은 것이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란걸 지금은 알았다. 소시민적이고 코믹한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나. 또 대중들에겐 배우들이 자주 보이면 식상하지 않나? 점점 떠내려 가는 느낌이 있다. 중심부와는 점점 멀어진 것 같다. 지금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바닥을 찍을까란 마음도 있다. 생각해 보면 매너리즘의 끝에 온 것 같다. 극단적인 상황에 가면 살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게 되지 않나? 지금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 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점이 작품에 나의 정성과 진심이 보이지 않을까란 기대가 있다. 구조적으로 작은 영화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고 연기를 하고 싶다"며 "그렇다고 바닥에 내려왔을 때 고통스럽거나 괴롭지는 않다. 발버둥치는 내 모습이 나름 행복할 때가 있다. 10년 뒤에도 이렇게 열심히 발버둥쳤으면 좋겠다. 다만 10년 뒤에는 과거의 오만하고 나태한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성숙한 사람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배반의 장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김인권, 정상훈, 손담비, 김성철, 박철민 등이 가세했고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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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반의 장미' 언론 배급 시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