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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잊힐 권리vs일반 소재"...'암수살인' 가처분 공방 내주초 결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9-28 14:1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개봉을 엿새 남긴 범죄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필름295·블러썸픽쳐스 제작)이 오늘(28일)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첫 심문을 진행, 유가족과 상영을 둔 날선 공방을 벌였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는 '암수살인'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 첫 심문이 진행됐다. 이날 법원에는 '암수살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유가족 측 변호인과 '암수살인'을 제작한 필름295 측 관계자 및 이들의 변호사가 참석해 변론했다.

앞서 '암수살인'은 부산의 실제 암수 범죄 살인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 2012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큰 화제를 모았고 6년 만인 오는 10월 3일 '암수살인'으로 각색돼 관객을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암수살인'의 실제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지난 9월 말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화를 제작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개봉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1차 첫 심문기일에서 유가족 측 변호인은 "'암수살인'은 고인이 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 이 영화는 실제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을 영화화했는데, 실제 범행 수법과 장소, 시간, 피해 등 사건과 99% 동일하게 재연했다. 이 영화를 창작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암수살인' 측은 유가족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을 것을 충분히 예상했지만 제작 전 단 한 번도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한 일이 없었다. 만약 '암수살인'이 개봉된다면 유가족은 되돌릴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것이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유가족이 문제를 삼은 장면은 '암수살인' 중 피해자가 길에서 살인범과 어깨를 부딪힌 뒤 시비가 붙자 살인범이 흉기로 피해자의 목을 찌르고 시신을 방화하는 장면이다. 유가족은 이 장면을 두고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며 당시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은 유가족이 그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암수살인'으로 인해 유가족이 '잊혀질 권리'를 받지 못했고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암수살인' 상영금지를 호소했다.

유가족 측 변호인의 변론이 끝난 이후 이어진 '암수살인' 측 변호인은 "먼저 '암수살인'의 제작사가 유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에 임한 점에 대해 변론에 앞서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암수살인' 측은 "'암수살인'은 범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자백을 한 범인과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형사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또한 어깨가 부딪히면서 벌어진 '묻지 마 살해' 테마는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소재다.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며 유가족의 동의를 법적으로 밥을 필요는 없다"고 반론했다.

'암수살인' 측은 유가족과 반대 변론을 비롯해 증거로 '암수살인' 편집본을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해 법정에서 유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이 등장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50분 분량의 영상을 재판부와 유가족, '암수살인' 제작진 모두와 함께 공개 시청했다. 이후 1차 심문을 마친 재판부는 "'암수살인'의 개봉일이 오는 10월 3일로 정해진만큼 영화 일부 장면 시청과 관련한 양측 변호인의 추가 의견 제출을 오는 29일까지 받을 것"이라며 "심문기일 내용과 영화 시청 내용, 제출된 양측의 추가 의견 등을 종합해 오는 10월 1~2일 '암수살인' 상영 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개봉을 엿새 앞두고 상영 금지 위기에 봉착한 '암수살인'.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 '암수살인'에 대해 재판부는 유가족의 손을 들어줄지, '암수살인'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허진 등이 가세했고 '봄, 눈'의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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