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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살림남2' 김승현 아버지의 깊은 마음씀이 아내를 절절하게 울렸다.
광산김씨 남자들만 모인 제사 준비는 대실패로 끝났다. 동그랑땡도, 동태전도, 송편도 망했다. 재료마저 바닥났다.
아버지는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간 길에 포장된 제사음식을 가득 사왔다. "성의가 없다"며 아내를 타박하던 그였던 만큼 절대 비밀이었다.
결국 어머니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제사를 준비했다. 이때 김승현의 아버지는 "밥과 탕국을 하나 더 준비하라"고 일렀다. 아내가 영문도 모르고 그말에 따르는 사이, 그는 새로 만든 장인어른의 위패를 꺼냈다. 이것이 올해 제사를 자신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 이유였다. 차려진 제사상에 장인어른의 제사도 함께 지낼 생각이었던 것.
김승현의 아버지는 "형님 집에서 제사 지낼 때는 못하지 않나. 장인어른께 평생 제사 한번 못 모신 게 가슴이 아팠다. 산소도 뒤늦게 가보지 않았냐. 이 기회에 인사라도 한번 드리려고 준비했다"고 설명한 뒤 "승현이하고 늦게나마 찾아뵙습니다"라며 인사했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손자 김승현이 술을 올렸고, 아버지의 제사도 못 모시고 산소도 못 찾아던 김승현의 어머니는 오열했다. 때론 악명 높은 시월드의 수장 같아보여도, 속내 따뜻한 김포 사랑꾼다운 마음씀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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