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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주지훈 "'암수살인' 사투리, '신과함께2' 삵 발음보다 더 어려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9-26 09:2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주지훈(36)이 "부산 사투리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범죄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필름295·블러썸픽쳐스 제작)에서 싸이코패스 살인마 강태오를 연기한 주지훈. 그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암수살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암수살인'은 부산의 실제 암수 범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2012년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사건이기도 한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다음 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가 5년간 실제 주인공인 형사를 만나 취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올 가을 극적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의미있는 영화다. 김태균 감독의 치열하면서도 꼼꼼한 취재와 실제 사건 현장이었던 부산 100% 올로케로 완성된 '암수살인'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한 편의 범죄물로 완성됐다.

무엇보다 '암수살인'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암수살인을 좇는 유일한 형사 형민(김윤석)과 감옥 안에서 자신의 죽인 사람이 7명임을 형민에게 밝히는 사이코패스 살인범 태오 사이의 치열한 심리 게임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살인범의 자백과 수사,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극적 재미에 탄력을 붙이고 특히 역대급 악인으로 변신한 주지훈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암수살인'의 전반을 쥐락펴락한다.

전작 '아수라'(16, 김성수 감독)를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 쌍천만 신기록을 달성한 '신과함께'(김용화 감독) 시리즈,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공작'(윤종빈 감독) 등 선악을 오가는 열연으로 충무로 '대세 배우'로 거듭난 주지훈. '암수살인'에서 강렬한 액센트와 독특한 성조를 오가는 원단 부산 사투리, 그리고 5kg 증량은 물론 삭발과 노메이크업 등 극한 도전에 나선 그는 희로애락을 초 단위로 오가는 살인마 태오의 입체적인 얼굴과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기존 악인의 통념을 완전히 깨는 역대급 파격 변신이다.

주지훈은 "'암수살인'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스토리와 캐릭터 모두 강렬했다. 배우로서 몸과 마음을 다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마디로 훅 당겼던 작품인데 그만큼 또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란 고민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지점은 언어적인(사투리) 핸디캡이었다. 잘 표현해 구축한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관객에게 큰 실망감을 안길 것 같았다. 또 하나 고민했던 지점이 강렬한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내 개인적인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꽤 긴 시간 강렬한 캐릭터를 맡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생겼는데 그때 마침 '암수살인'을 제안받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도 컸던 작품이지만 시나리오도 촘촘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기울더라"며 "결정적 계기는 김윤석 선배였다.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던 때 윤석 선배가 먼저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순간 무한 신뢰감이 생겼다. 나보다 오래, 길게 연기 생활을 한 선배의 선택인데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무언의 믿음이 생겼다. 여기에 죄송하게도 내 부족함을 윤석 선배가 모두 채워 줄 것 같은 안도감도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웃었다.

주지훈은 '암수살인'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벽으로 부산 사투리 대사를 거듭 언급했다. 서울 태생인 주지훈에게 부산 사투리는 상당한 부담감이 됐다고. 특히 '암수살인'은 부산 토박이인 곽경택 감독이 제작자이자 극본을 쓴 작가인데 주지훈은 사투리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인 곽 감독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했다는 후문. 이런 걱정을 예상했는지 곽 감독은 실제로 주지훈의 부산 사투리 선생님으로 나서며 힘을 보탰다.


주지훈은 "아마 사투리 연기는 모든 배우가 가장 어려워하고 노력하는 과제인 것 같다. 영화계에서 곽 감독은 부산 사투리 디렉션의 일인자라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더 의지하게 됐다. 잠자는 시간 빼고 눈 떠 있는 매 순간 사투리 연습을 했고 매일 곽 감독을 만나 사투리 과외를 받았다. 곽 감독에게 배우면서 정말 놀랐던 게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이 아니라는 지점이었다. 본인 스스로 아날로그 세대라 미안하다며 사투리 대사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주더라. MP3 파일 같은 거로 간단히 들으면 좋겠지만 본인은 아날로그 방식이 더 잘 들리고 연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내게도 제안했다고 했다. 곽 감독의 말처럼 곽 감독이 직접 대사를 연기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로 들으니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고 잘 들리는 것도 같았다. 곽 괌독이 웬만한 배우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더라. 운동하면서도 테이프를 듣고 길을 걸으면서도 들었다. 길을 걸을 때는 들리는 대로 입으로 중얼거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놀라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일까. 주지훈의 부산 사투리 연기는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호평을 끌어냈다. '언어 능력자'라는 평을 받은 주지훈은 "'신과함께-인과 연'(이하 '신과함께2', 18, 김용화 감독)에서 해원맥(주지훈)이 '삵'을 '사알~악'이라고 발음하지 않나? 그 대사는 내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낸 발음인데 그때 '삵' 보다 부산 사투리 연기가 몇 곱절 더 힘들었다. 평소 말장난하는걸 좋아했고 학창시절 때도 친구들하고 농담 따먹기식 말장난을 많이 하며 놀았다. 특별히 언어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사투리 쓰는 배우들의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사투리 연기는 꼭 한번 도전하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공작'(18, 윤종빈 감독) 때는 북한 사투리를 연기하긴 했지만 북한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만큼 익숙한 사투리는 아니지 않나? 내가 완전 모르는 세계라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자랑 장소가 아니지 않나? 나 또한 '암수살인'에서 연기 장기자랑 하려고 나온 게 아니니까 그저 영화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민폐가 안 되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노력했다. 다행히 영화가 가진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고 여기에 내가 방해로 작용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허진 등이 가세했고 '봄, 눈'의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영화 '암수살인' 언론 배급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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